TINC
2023년 7월 20일 ~ 2023년 8월 12일
인형은 인간이 결속된 생태에 따라 용도가 달라져 왔으며 시대상을 반영한다. 고대의 인간은 사물에 주술적 기능을 부여해 현세와 내세를 보호받고자 했다. 여성형 조각이나 망자의 사후 노동을 대신할 목적으로 만든 이집트의 우샤브티(Ushabti), 고대 그리스 시대의 신전과 신상, 중국 진시황의 무덤에서 발견된 대규모 토용 등이 그것에 속한다. 고대 유아들의 무덤에서 발견된 인형은 과도기적 사물로서의 장난감 역시 일찍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조작자의 신체 운용으로 작동하는 퍼펫은 신과 영웅의 드라마를 전하는 스토리텔러로서 수 세기에 걸쳐 부흥했다.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 마리오네트의 전신인 네브로스파스톤(Nevrospaston)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공연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인도와 중국에서는 각각 톨로 봄말라타(Tholu Bommalata)와 피영희(皮影戲)라는 형식의 그림자 퍼펫극이 생겼다. 18세기에는 기계-인공 생명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어 자크 드 보캉송(Jacques de Vaucanson)이 배설하는 오리와 플룻을 연주하는 오토마톤을, 볼프강 폰 켐펠렌(Wolfgang von Kempelen)은 체스 두는 오토마톤을 만들어 세기의 관심을 받았다. 21세기에 이르러 인형과 그 주변의 가상 생명체들은 종종 생물과 무생물을 특정해 낼 수 없을 때 발생하는 불쾌감인 언캐니 밸리에 우리를 밀어 넣으려 한다. 이들은 로봇 반려견, 인간과 흡사한 외형과 텍스처를 가진 마네킹, 섹스돌, CGI 로봇 아이돌, 가상 인플루언서, 3D 크리처, AR 조각, 생성형 인공지능과 같은 형태로 외형적인 완성도는 물론 소리나 움직임, 성격, 관련 배경까지 입체적으로 기획되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이처럼 이들에 깃든 삶과 몸이 점차 정교해지고 다층적으로 확장되어 그 존재 방향성에 대해 상상해 보는 일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조망과 다르지 않게 되었다. 인간이 생기와 목소리, 움직임을 부여한 상태 그 이상으로 인형의 생태는 상상의 영역뿐만 아니라 물리적 세계의 많은 영역에 닿았다. 이들은 지극히 익숙한 것(canny)처럼 보이다가도 한순간 낯선 두려움(uncanny)의 대상이 되고, 무생물(inanimate)의 영역에 있다가 불현듯 생기(animate)를 얻어내는 세계의 유효한 행위자이다. 아이들은 마치 그들이 살아있는 듯 말을 건다. 유년기에 우리가 그들과 나눈 관계는 생물과 무생물로 구분된 것이 아니었다. 인형과 그 주변부의 사물을 보며 우리가 그들의 내면에 대한 상상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의 내면에 대해, 그러니까 정신과 신체의 구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해결하지도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애써 포스트휴먼이나 트랜스휴먼 같은 인간 기능의 확장이나 기계화에 대해 피력하지 않더라도 이제부터 우리가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미 시작되었다. 인간은 제의적 사물과 사후세계의 노동자, 친구와 소유물, 대입물, 극의 스토리텔러로서 인형을 삶에 동반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아바타, 안드로이드, 유전자 변형인, 혹은 새로운 크리처들과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앞으로 이 가상의 생명체들-‘신종족’과 인간의 접촉이 더 깊어지고 전에 없던 상호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면, 위에 열거한 만들어진, 잠재적인 생명 그룹을 포함한 비인간 세계에 대한 성찰을 해 볼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과의 대면에서 잃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기술 자본에 의해 서로를 파고드는 현실과 비현실의 흐름을 양쪽에서 어지럽게 감각하는 동안 우리가 쥐고 있어야 할 어떤 보루일 수도 있다.
전시 《프리페어드 라이프: 인형, 퍼펫, 크리처》는 잠재적인 생명을 다룬다. 작가들의 ‘작품’들은 곧바로 인간을 투영하는 부분적인 지표가 될 수도 있겠으나 본질적으로는 다른 생의 발현을 보여준다. 이들의 작품은 그것을 위한 환경이나 조건을 만들고 몸을 단련하고 생물학적인 연구와 사물 고유의 진동을 감각하려는 노력에서 생을 얻어낸다. 예술가의 의도와 작품을 이루는 성분이 만들어내는 작용이 그것의 잠재력을 만들어낸다. 이 전시는 우리가 종종 자신이 아닌 외부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내부를 살피며 그를 이해해 보려 애쓰는 노력을 인형과 같은 사물, 혹은 비인간의 내부로 넓혀보는 것 또한 무용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이들에게 영혼이 있으니 교감해 보자거나 잊고 있던 마법의 세계로 가자고 제안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형, 그리고 그 주변의 가상의, 혹은 비인간 생명체들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관계해 왔는지 인식해 보는 것, 아니면 인간중심주의를 경계하는 엄중한 다그침이 우리를 주눅 들게 할 때 가장 지척에 있는 외부로서 마주해 보는 것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우리의 한 쪽 시선은 인격을 시뮬레이션하는 존재들을 쫓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이들과 함께 전례 없던 상호성의 문턱을 넘어서는 중이다.
전시명 《프리페어드 라이프: 인형, 퍼펫, 크리처》는 언제든 깨어날 준비가 되어있는 커다란 뜬눈의 사물들, 살아있음을 흉내내고 우리의 관심에 허기를 느끼는 존재들, 무엇보다도 곧 통제를 벗어난 우연성, 또는 특이점을 발현할 이 새로운 종족을 피아노 내부에 이물(異物)을 장치하여 소리를 변질시킨 현대 음악 기법인 ‘프리페어드 피아노’에 대입시킨 것이다. 아울러 준비된 삶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본 전시가 결국은 큰 의미에서의 애니미즘, 즉 물활론에 대한 열린 시선을 담고 있음을 제시하고자 한다.
참여 작가: 민혜기, 로리 시몬스, 유영진, 이동욱, 최수진, 바질 트위스트, 함준서, 황혜란
기획: 김수정
협력 기획: 신지이
공간 디자인: GREENROOM(최영은, 박종문)
그래픽 디자인: 김기조
영상 장비: 아워레이보
영상 협력: 박유석
사진 기록: 최재원
자문: 김대현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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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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