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갤러리
2024년 5월 23일 ~ 2024년 6월 20일
빛의 차원 dimension of light
정현아 (이층갤러리+디아건축)
장희진의 작업은 캔버스를 그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캔버스 화면에 페이스트를 두껍게 바르고, 부분적으로 떼어내 캔버스 표면에 요철면을 만드는 것이다. 먼저 직접 만든 곡선형 자를 따라 일정 간격으로 라인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페이스트를 나이프로 수 십 차례 펴 바른 후 건조해 밑면을 구성한다. 그다음 일정 간격으로 미리 붙여둔 테이프를 떼어내면 캔버스의 요철이 물결 모양으로 펼쳐진다. 한 번에 찍어 만들 수 있는 성형 몰드가 아니라 페이스트를 켜켜이 쌓아 올려 제작되기에 몰드 방식 보다 훨씬 수공예적이다. 작가가 이를 ‘모델링 메이드 캔버스’라 이름한 이유이다.
장희진은 순수하게 빛으로 화면에 울림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모델링 메이드 캔버스로 평면이 아닌 구조적이고 입체적인 표면을 구성하였다. 입체 화면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는 같은 색이라도 미묘한 차이를 만들고, 화면에 일어난 잔잔한 빛의 물결은 보는 이의 움직임에 따라 다채로운 색의 파동이 되어 다가온다.
장희진의 그림은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는 오랜 기간 나무와 숲에 천착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무도 숲도 아닌, 그 사이의 여백을 화면에 담아내었다. 작업 초기에 이분법적 색의 대비로 표현하던 나무의 여백은 어느덧 대상이 지워지고, 점차 순수한 컬러만으로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탐구하게 되었다. 당시 작업이 실크스크린 판화나 노출 과다의 흑백사진 같이 얇은 레이어가 겹쳐진 느낌이라면, 보다 다양한 색, 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HUE, Folded Tint 시리즈들은 색을 접어(fold) 3차원의 장면으로 변화시킨다.
장희진은 엄격하고 집요하게 화면을 분할하고 색을 채운다.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는 반복 작업을 통해서 스스로의 스타일을 완성하였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하나의 화면으로 만나기 보다 여러 개의 연작을 통해 각각을 비교하며 바라볼 때 보다 풍부하고 흥미롭다.
작가가 자신만의 고유한 시그니처를 확립하는 것도 어렵지만, 어느 정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고착되었을 때 그것을 바꾸기란 더 쉽지 않다. 하지만 장희진은 자신이 세운 틀을 스스로 파괴하고 벗어나고 있다. 그가 색으로 완성한 질서와 그것을 극복하는 새로운 시도, 그 경계와 변화에 주목한다.
장희진은 Over Tones 시리즈에서 이전 작업들의 엄격한 규율 안에 갇혀 있던 색을 고정하지 않고 흐르듯이 전환한다. 마치 신비로운 우주에 내재되어 있던 컬러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 같다. Over Tones 시리즈는 카메라에 담기 어렵다는 오로라의 색채나 안내 섬광처럼 스쳐가는 빛을 닮아 있다.
그가 겹겹이 쌓은 화면의 질감을 통해 전하는 수많은 색들이 각각의 존재를 지우고 우리를 순수한 빛의 차원으로 인도한다.
참여작가: 장희진
출처: 이층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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