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관
2025년 3월 7일 ~ 2025년 3월 23일
우현민의 작업은 그래왔던 그의 삶을 반영하듯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낯선 재료로 만들어진다. 작업을 처음 시작한 초기에는 주변에 있었던 옷가지나 신발, 수건, 이불보, 잡지 등으로 형태를 만드는 콜라주 작업을 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12점의 작업은 이전의 콜라주 작업에서 더 나아가, 근 몇년간 새로운 재료와 기법에 대해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발표되는 근작들은 커피를 주재료로 한다. 이전 콜라주 작업들이 작가의 생활 속 자리한 피부와도 같은 존재의 결합물이었다면, ‘커피 회화’는 삶을 기어이 지속시키게 하는 생업의 연장이다. 커피를 다루는 일을 하며 커피는 작가의 일상에서 가장 익숙한 재료가 되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삶과 작업이 긴밀히 맞닿아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루의 시작과 함께 커피는 각성을 돕지만, 일이 끝난 뒤 일터에서 작업실로 가져올때 그것은 기능을 전환한다. 작가에게 그리는 시간은 스스로를 커피 가루로 꾹꾹 눌러 새기는 과정이다. 이때 커피는 비로소 그리는 자를 안정시키고 몰입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 커피를 쓰기 시작했을 시점에는 삶과 생업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단순한 재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재료와의 만남은 작가를 더 깨웠고, 더 깊이 연구하고 골몰하게 했다. ⟪Grounded⟫라는 전시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커피를 통해 그는 더 단단히 뿌리내린 사람이 되었다. 작업을 하며 진동하는 커피 향은 몰입과 명상의 상태로 그를 이끈다. 판넬 위에서 마치 할머니가 쪼그려 앉아 밭에 고추씨를 심듯, 작가는 커피를 눌러 쌓고 화면을 긁으며 형상을 만들어나간다.
커피 가루와 젯소, 아크릴, 목탄, 모래와 같은 재료를 통해 조각되는 화면은 예기치 못한 형상의 굴곡을 만든다. 굴곡은 그리는 자의 시선을 빼앗고, 제약을 만든다. 비포장도로와도 같은 울퉁불퉁한 화면 속에서 작가는 길을 찾고, 미끌어질 지점을 발견한다. 우현민은 이런 제약을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일에 대해 ‘사물을 계속해서 다른 시각으로 보기 위함’이라고 얘기한다. 비정형의 형상을 다듬으며 나름의 질서와 규칙을 발견하고, 이전에 알아채기 어려웠던 또 새로운 형상을 마주한다. 당연하게 인식되는 것을 질문해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가령 <Master Piece>에서 각 조각들은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회전하며 자리를 찾는다. 수십 번, 수백 번 방향을 바꿔가며 형태를 바라보고 다듬다 보면, 어느새인가 제자리를 찾은 형상들이 소리를 낸다. 우현민은 이러한 도전에서 오는 기회들을 기꺼이 감수하며 의심하고 질문하며, 기어이 새로운 정답을 찾아낸다.
우현민의 이러한 도전과 시도는 끊임없이 물질의 본질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았던 치열한 20대를 보낸 뒤 남은 것은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고민뿐이었다. 그 고민 속에서 미술을 만났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잡은 것이 크레파스던 아크릴 물감이던 커피 가루이던 그는 모든 재료를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고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은 자신 자신과의 싸움이다. ‘집중해서 생각해내는 그 과정 안에서 느낀 무언가를 우연과 필연과 신호에 의해 그린다. 그것은 내가 미처 알지 못 했던 것, 내가 놓치고 살았던 감각을 일깨운다. 그림은 기록이고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쓰는 글 없는 편지 같다.’1
화면 속 무수한 선과 원들은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저 흩어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태어난다. 하나의 형태가 완성되기도 전에, 또 다른 붓질이 그것을 덮어버린다. 우현민의 세계는 앞으로도 수천 번, 수만번 회전하며, 그려졌다 지워질 것이다. 무수한 사라짐과 나타남의 반복 속에서 선이 부서지고, 색이 흐르고, 감정이 터져 나온다. 아무런 계획없이, 그러나 어떤 논리보다도 깊이 있게,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글 허다현
1. <글 없는 편지>(2023)의 작가 노트
참여작가: 우현민
기획: 허다현
디자인: 김경수
사진: 최철림
협력: 안부
출처: 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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