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조합
2019년 6월 22일 ~ 2019년 7월 14일
우리는 어느 순간 자신을 한참 앞질러 버린 것들, 말이 되지 못할 것 같던 서로의 감각에 애써 집중하며 대화를 이어나가곤 했다. 공기 중에 어렵게 교환될 수 있었던 그 말과 생각들이, 형체를 가질 것 같다가도 훅 사라져버리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작업과 가까운 시간 속에서 내밀하게 포착해 나가려 해왔던 걸까. 박정인은 쓰고, 그리기 위해 오랫동안 연필을 사용해왔다. 은연중에 체화되어온 친숙한 연필과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흑연의 빛깔이 미묘하게 그림자의 빛깔과 겹쳐졌을 때, 복합적인 사고의 단면을 표현할 수 있을 명도만의 언어와 그림의 여지를 본다. 이번 전시에서 그간의 그림자 작업을 통해 연상된 흑연의 빛깔과 잔상들을 드로잉과 회화의 간극에서 정지된 상태에 가깝게 구현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양아영은 본 것의 색, 모양, 상황 중 한 가지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듯이 한쪽에 먼저 그린 후, 부분적으로 보거나, 안보기 시작하며 나머지 것들을 변형, 왜곡하여 이어붙이고 나열함으로써 재현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간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이미 변화 과정을 거친 사물의 모습을 보고, 그것과 유사하거나 동떨어진 표현을 모아 그림으로써 경험이 단선적이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각자의 작업 안에서 간격을 경험하는 주체로서 우리를 간격이라는 이름으로 붙여보고, 간격이 생기기 위해 전제조건으로 있어야 하는 둘 이상의 주체가 우리 각자가 되었을 때, 한명의 필자와 관객은 간격의 어느 순간에 놓이게 될까. 본 이인전은 서로의 차이와 공통분모를 애써 완전한 하나의 문장으로 제시하려 하기보다는 간격이 발생하는 순간과 온전함, 그것을 이어나가려는 사고와 시선의 흐름에 ‘간격’을 제안하는 것에 가깝다.
박정인은 백색의 종이에 쓰고 그린 연필 드로잉이 우연히 주변 그림자와 겹쳐졌을 때, 구획을 넘나드는 음영의 유연한 풍경과 연필로 닿을 수 있는 그림의 반경을 상상하게 되었다. 실제 그림자 위로 종이를 얹혀, 연필을 여러 차례 균일한 톤으로 긋고, 면적으로 펴서 그림으로 봉인하기 위한 그림자 작업은, 그림자의 현상을 빌린 명도와 흑연의 빛깔이 풍경의 일부로서 다시 매개될 수 있을지 체득하고 시도하는 과정에 있었다. 색의 영역을 벗어나, 비물질에 가까우리만큼 잔상이 된 감각의 기억을 즉흥의 순간 속에서 호흡하며, 가깝고도 멀어지는 풍경을 그림의 화면과 물리적 공간의 조건들을 조율한 설치를 통해 구조해나간다.
박정인은 판화과 학사를 마치고 조형예술학과 석사 과정 중에 있으며 2014년 그룹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 <Falling, hanging, off.>(공간사일삼) 첫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8년 <의외의조합 판화전 : cross-plane>(의외의조합) 전시에 참여했다. 독립 출판물로는 『Desterday』(2018)가 있다.
양아영은 봤던 것과 생각한 것을 연결하거나 분리하고, 같이 그린다. 보이는 것의 표면에서 묘사할 각각의 요소를 찾고 다시 엮어 구성한다. 본 것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내포한 화면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생각을 하나의 이미지로 대하며 소재로 사용한다. 그것은 본 것에 대한 생각이거나 그 생각에 대한 또다른 이미지이다. 주로 본 것에서 기인하거나 연상하는 어딘지 불명확한 (과장되거나 소모적으로 전환되는) 심리적 흐름의 꼬투리를 잡고 새롭게 파생되는 생각의 꼬리와 견주어본다. 나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지시하는 것이 변화할 때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양아영은 2017년 개인전 <Afterimage>(원룸)를 시작으로 2018년 <윈터클럽>(문화역서울284), 2019년 <xoxo>(누크갤러리), <정물화전>(시청각) 전시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글: 박정인
참여작가: 박정인 양아영
조각글: 유지원
오프닝 리셉션: 6월 22일 토요일, 오후 5시
출처: 의외의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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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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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12월 24일,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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