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YOU

이안아트스페이스

2019년 11월 26일 ~ 2019년 12월 28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되면 바쁜 일상에 치여 미처 돌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비로소 돌아보기 마련이다. 수고한 나에게 위로를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의 소망을 생각하며 미래의 나에게 응원을 보낸다. 연말을 맞아 이안아트스페이스에 준비한 FOR YOU 전시회는 바로 그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작품들이다. 장경린, 장시울, 조재, 한정은 네 작가는 회화, 조각, 도예, 가구, 오브제 등 영역을 넘나들며 리듬감 있는 색과 형태로 힐링과 위로, 위트와 재치, 추억과 상상의 메시지를 전한다. 네 작가 모두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계를 재해석하는 작가들이다. 관객들은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관찰하거나, 때로는 바닥에 앉아 들여다 보아야 하는 등 영역의 구분 없이 곳곳에 포진된 작품들을 찾아나가야 한다. 탐색의 시간을 보내며, 지난 한 해 쉼없이 달려온 나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 

장경린은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SNS의 소통과 미감을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이다.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SNS의 가장 인기있는 이미지와 해시태그는 ‘#카페’ 그리고 ‘#디저트’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 이전에 예쁜 음식이어야 한다. 공들여 만든 디저트는 인스타그램 세계에서 예술품 못지 않은 감탄과 대우를 받는다. 내가 직접 먹지 않아도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좋아요’를 누르게 된다. 장경린은 이 현상을 포착하여 인스타그램 속 디저트 이미지를 진짜 조각으로 만들어나가는 위트를 보여준다. 레진, 실리콘, 석고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디저트의 맛과 향, 그리고 식감을 재현한다. 나아가 기존의 디저트 형태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파티셰가 되어 자신만의 디저트를 만들어 나간다. 

장시울은 내면의 풍경을 그리는 작가이다. 얼핏 나무처럼 보이는 대상은 나무의 생명력을 묘사한 것으로 나무가 아니다. 작가에게 있어 나무로 가득찬 숲은 일본에서 성장하며 건축을 전공하는 동안,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작가에게 큰 위로를 건내고 결국 작가를 회화의 길로 이끈 매개체다. 숲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건강한 기운과 거대한 생명력, 작가는 이를 선과 선의 중첩으로 표현해나간다. 솟아오르는 의지, 멀리 뻗어나가려는 성질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은 강한 에너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평온하고 고요한 겸손함을 깨닫게 한다. 최근에는 우주와 별자리를 나타내는 금과 당이아몬드를 더해 치유와 기원을 바라는 작가의 염원을 보다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조재의 회화는 감각적이다. 추상이지만 출발은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 풍경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가는 선과 네모난 형상, 화려한 색채 등은 호스, 벽돌, 플라스틱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이미지가 전환된 것이다. 온갖 공업재료로 구성된 도시의 딱딱한 이미지를 채집하고, 작가만의 감성으로 녹여낸 새로운 도시 풍경이다. 도시를 걷고, 오브제를 줍고, 때론 구매하며 작가가 느낀 도시의 인상이 남겨져 있는 작품, 관객은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대입하여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갖는다. 파편화된 감각들 만으로도 감각적인 소통이 가능한 이유는 어쩌면 우리 모두 도시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참여작가: 장경린, 장시울, 조재, 한정은

출처: 이안아트스페이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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