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ul Kim, Remi Lambert: Dinosavr

N/A

Jan. 19, 2024 ~ Feb. 18, 2024

진정한 공룡의 예술
김세인

진정한 공룡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공룡은 화석에 의지한 우리의 후방 투사가 빚어낸 하나의 이미지일 뿐이며, 그 이미지는 자신이 지시하는, 인류 이전에 사라져버린 그들의 추정된 몸집 만큼이나 커다란 상상에 의지해 지속되어왔다. ‘공룡’의 ‘공(恐)’이 ‘두렵다’를 뜻하는 동시에 ‘아마도’나 ‘추측하자면’을 뜻하기도 하듯, 공룡의 이미지는 사실성의 불가피한 불모를 떠안은 채 그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한계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더라도 극복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룡이 존재할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공룡의 예술이란 공룡의 존재가 아니라 공룡의 부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 블랙 메탈에서 파생된 음악적 흐름인 다이노신스(Dinosynth)를 다루는 서브레딧의 소개말은 ‘진정한 공룡의 소리(The true sound of the dinosaur)’다. 물론 공룡의 소리가 실제로 어땠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해두고 싶은 것은, 블랙 메탈의 이단적 숭배 대상을 ‘공룡’으로 거의 천진하게 대치해놓은 그 ‘진정한 공룡의 소리’가, 어떤 과거와의 단절과 낙차로만 가능한 미적 섬김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진정한 공룡의 예술이란 언젠가 감상자 자신도 미래의 누군가에게 공룡과 같은 절대적 부재, 상실조차 성립할 수 없었던 그런 부재로 남으리라는 예감의 동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미래란 저 앞에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운석처럼 불시에 떨어져 우리의 현재를 완전히 덮어씌우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며, 미래란 필연적으로 현재를 온전히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공룡의 예술은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꺼번에 파지할 수 있는 예술이다.

일례로 여기에 김예슬과 헤미 랑베흐의 Dinosavr 가 있다. 이 전시는 공룡의 시절과 우리의 유년 시절이 공시적으로 중첩된 세계관을 연극적으로 제시하는데, 일종의 상상적 기록화 또는 의사적 유물이라는 포맷의 차원에서 파악하자면 그들의 존재는 어디까지나 과거에 머문다. 더 면밀히 보자면 이 전시에서 공룡과 아이들은 단순히 한 세계에 공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유비가 됨으로써 순환적으로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부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재는 어린 시절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직관적인 믿음 속에서 과거의 많은 아이들이 ‘예전의 나’라는 말로 대상화되곤 하지만, 아이가 어른으로서의 미래를 완전히 인식할 수 없는 것 이상으로 어른도 아이로서의 과거를 완전히 인식할 수 없다. 예전의 나 자체, 그리고 예전의 내가 좋아했거나 싫어했고 같이 놀았거나 싸웠고 동경하거나 두려워하며 상상했던 것들이 존재할 때,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진정한 공룡의 예술이란, 상실보다 부재가 앞선 그런 모든 것들을 암시하는 화석의 예술이어야 한다.

참여작가: Yesul Kim, Remi Lambert

출처: n/a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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