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아 작가는 자신이 운영하는 db Print Studio를 이전하며 작은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김용관 작가에게 공간을 함께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10월 초부터 어떤 공간으로 꾸려갈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일정상 공간의 성격을 정하기도 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무척 낯설었습니다. 두 사람은 공간과 친숙해지기 위해 공간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간에 대한 소개, 미리 보기, 테스트를 겸하기 위해 첫 전시는 운영자 두 사람의 전시로 구성했습니다. 공간의 빈 곳을 각자가 만든 물건으로 채우고 공간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물건으로 물건을 만든다. 물건으로 물건을 만드는 공간은 물건으로 가득 찬다. 예술품인 물건, 예술품이었던 물건, 예술품과 유사하나 예술품은 아닌 물건,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만든 물건, 예술품을 만들고 남은 물건, 예술품을 만들기 위한 훈련의 결과물인 물건, 잘못 만든 물건, 특정한 물건, 필요 없지만 버리지 않은 물건, 여러 물건이 결합한 물건, 물건을 깎아서 만든 물건, 물감을 칠한 물건, 부피가 큰 물건, 납작한 물건, 액자에 넣은 물건, 색이 계속 달라진 물건. 물건을 선반에 진열하고, 천장에 매달고, 벽에 건다. 공간과 잘 어울리는 물건을 기준 삼아 행으로 열로 공간을 채운다. 같은 시기에 같은 컨셉으로 만든 물건은 일렬로 나열한다. 지루함을 피하고자 중간에 다른 시기에 다른 컨셉으로 만든 물건을 끼워 넣는다. 오른쪽을 향하는 물건 옆에 왼쪽을 향하는 물건을 놓는다. 서로를 가리키는 것 같아 하나는 앞으로 다른 하나는 뒤로 옮긴다. 작은 물건의 간격은 좁히고, 큰 물건의 간격은 넓힌다. 얇은 물건은 앞뒤로 비스듬히 놓는다. 빈 곳은 채운다. 밀도가 높은 곳은 비운다. 그렇게 공간을 물건으로 둘러싼다. 위계는 없지만, 그저 흩뿌리지는 않는다.
출처 : 전시공간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2025년 12월 9일 ~ 2025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