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관심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들을 찾아다니며 공감과 혼란 사이에서 외줄 타기 하듯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그중 미군기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나의 미군기지에 대한 관심은 2012년 강정마을을 찾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강정의 여러 상황들을 습관적으로 영상에 담았고 그것이 내 분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향점을 제시했다. 2016년, ‘섬들의 연대’가 활동하고 있는 ‘섬’ 오키나와에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이 동양의 군사 교통 요지가 될 만한 섬들에 행하는 제국주의적 폭력을 다룬 <AMERICAN VILLAGE>시리즈를 작업해왔다. 2018년, 괌을 다녀온 후 작업한 <그 해안은 말이 없었다>시리즈가 나왔다. 올해에는 필리핀을 다녀온 후 Clark, Angeles City, Pinatubo Mt.을 담은 <Angeles City>와 Subic, Olongapo, Corregidor Island, Manila Bay를 담은 <Sun Cruises>를 작업했고, 필리핀에서 느꼈던 혼란스러움을 적실하게 담으려 노력했다. 이번 두 작품에서는 이소연 시인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영상 작업을 진행했다. 장소(섬)마다 폭력이 드러나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느끼는 감정과 결과는 달랐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영상회화와 설치의 세부적인 변화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그 변주들을 읽어내주길 바라며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공연의 형태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했다. 관광지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이 장소는 바로 시위 현장이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어떤 장소이다.
전시서문
겹침의 세계,
여기 그림과 영상과 시가 있다.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것들 사이에 사람이 있고 유적이 된 시간이 있고 그 시간 속에 숨은 영혼을 불러보는 언어가 있다. 빛이 켜켜이 쌓여가고 이미지가 이미지를 덮치고 소리들이 첩첩으로 흘러간다. 흘러가고 쌓이는 순간순간, 내내 어긋나있던 우리는 서로 포개어진다. 그리고 다시 번진다. 이토록 아름다운 폐허에 대해, 이토록 투명한 악몽에 대해 우리는 서로 묻고 답하였다.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 와서 서로를 만났다. 겹침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시와 그림을 가지고 만났다. 어떤 날은 내가 영상을 보면서 시를 썼고 어떤 날은 미나가 시를 읽고 말해지지 않은 그림을 그렸다. 미나에게 받은 편지를 읽고 답장을 썼다. 우리의 편지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꿈을 꿨다. 미나의 그림 속이었다. 커다란 새를 타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그 무거운 침묵의 세계를 날았다. 나는 누가 뭐래도 내 꿈속의 날개가 미나의 그림 위에 겹쳐진 적 있다고 믿는다. 겨울이 없으면 봄이 없듯 음악이 없으면 악기가 없듯 잠이 없으면 꿈이 없듯 미나의 작업으로부터 나의 문장들은 태어났다. 이 겹침의 연쇄를 통해 마주한 진실들은 참혹하지만 아름다웠다. 미나는 아름다움과 참혹함이 어떤 방식으로 조우하는지를 아는 사람 같다. 세계의 진실은 각기 그때마다 다르게 존재할 것이므로 결코 간단하거나 명료하지 않다. 미나는 일치했다고 믿는 순간 어긋나고 마는 세계의 실존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 놀라움을 준 아티스트이다. 그는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미군기지의 흔적을 찾아 떠났지만 자신이 종국에는 피상적인 눈을 가진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의 신중함을 좋아한다. 전염성 강한 신중함.
조화로운 덧댐의 순간이 오아시스처럼 드문드문 등장하는 가운데 대개의 영상은 그림을 지우고 그림은 영상을 지운다. 동시에 소리와 시가 뒤섞인다. 이는 절대로 뭉뚱그릴 수 없는 것을 쉽게 뭉뚱그리려는 세상의 일들과 닮아 있다. 은폐된 진실을 드러내는 이 지움은 진실을 가리기 위해 수없이 덧칠된 잔상으로 남아, 결과적으로 지울 수 없는 진실을 형상화한다.
무엇보다
미나는 협업이라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다른 장르 간의 겹침을 유도한다. 이러한 겹침의 겹침을 유도하는 방법론은 아주 짧은 순간의 일치를 통해 불일치를 강화하고 불일치를 통해 일치를 강화하도록 치밀하게 설계 되어있다. 미나가 읽어낸 세계의 복잡성이 이런 지속적이고 뚜렷한 방법론을 통해 드러난다는 사실이 반갑다. 미나의 이 순연한 의지로서의 높고 쓸쓸한 작업이 흔들림 없이 계속 되기를 바라며. -이소연 시인
일정
2019년 11월 01일(금) - 11월 09일(토) /
총 23회월-목 16:00, 20:00 /
금토일 14:00, 17:00, 19:00
전시 안내
회차별 10석
티켓
전석 5,000원*예술인할인
없음*전시를
보시는 분들께 소정의 관람 기념품이 제공됩니다.*수익
일부는, 시민단체에 기부합니다.
예매
https://forms.gle/WEZSxj3AScsgifh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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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일) 14:00 회차 이후, 나미나 작가와, 이소연.권창섭 시인이 함께 하는 낭독회 <바다를
들으려고 모아 온 어둠>이 진행됩니다.**
11.09(토) 19:00 회차 이후에는, 관객과 함께 하는 소소한 파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연출: 나미나
촬영/
편집: 나미나시/
전시서문: 이소연사운드
디자인: Sun Cruises_오재환/ Angeles City_이민재무대
디자인/ 설치: 정승준그래픽
디자인: 구자명낭독회
참여 작가: 나미나 + 이소연, 권창섭 시인비평글:
김현주번역: 김나리, Angchelika, Loren
후원: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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