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uare

갤러리소소

2020년 2월 29일 ~ 2020년 3월 29일

《Square》에 참여하는 다섯 명의 작가 김인영, 김형관, 민유정, 이혜인, 최영빈은 각자 다른 스타일과 테크닉의 조형 언어를 구사하지만, 사각형의 회화 공간을 기본적인 시작점으로 삼고 그 안과 밖에 각자가 추구하는 조형적 감각을 풀어낸다. 금번 전시는 이 같은 그들의 공통적인 회화 공간이자 조건을 상징하는 '사각형'을 모티프로 삼는 동시에 그 회화 공간을 물리적 질료, 작가의 조형 어법, 세계를 인식하는 작가의 태도가 한데 '만나는 지점'으로 간주한다. 이를 통해 전시는 사각형의 회화 공간을 가로지르며 삶의 감각을 시각화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미적 실천을 보여주고자 한다.

김인영(b.1983)은 디지털 시대에 변화한 회화의 환경을 탐색하며 작가가 인지한 감각들을 다양한 기법과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는 디지털 세계 속 끊임없이 발생하는 저장과 축적의 메커니즘을 평면 위에 옮기기도 하고 새로운 차원의 물성을 입체나 설치의 방식으로 드러내며 디지털 화면의 작동방식과 그 성질을 추적한다.

김형관(b.1970)은 울창한 숲을 올려다 본 것 같은 풍경을 그렸다. 전체 풍경의 일부를 툭 떼어낸 듯한 화면과 붉은 색으로 그려진 나무들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생경하다. 거칠게 표현되어 있는 캔버스의 표면은 그의 기존 조형 어법과의 차이를 느끼게 하며, 이는 직접적인 나무의 이미지보다 붓질하는 작가의 행위를 떠오르게 한다.

민유정(b.1986)은 현실 속 수많은 매체를 통해 범람하는 이미지가 만들어낸 시각 환경에 주목하여 일상의 리얼리티를 작품에 담는다. 작가는 매체 속에서 흔히 접하는 이미지들을 아주 작은 캔버스 안에 옮기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일상에서와는 반대로 장면에 집중하게 하고, '본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질문을 내비친다.

이혜인(b.1981)은 이전 <알베르틴>(2017) 시리즈의 연장 선상에서 장미나무의 모습을 겨울의 밤 속에서 그렸다. 눈 앞의 대상이 어둠 속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고 추위는 시간의 한계를 만든다. 꽃과 잎이 떨어진 자리에서 새어 나오는 빛과 그에 겹치는 나무의 선, 온도에 반응하는 기름과 변화하는 시야를 따라가는 상태가 그림의 소재가 된다.

마지막으로 최영빈(b.1984)은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작가 내면의 생동하는 감각과 이미지들을 물감이라는 재료와 그리기라는 신체 행위를 통해 캔버스 위에 자유롭게 드러낸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 자신과 캔버스 위의 조형들이 맺는 관계로 나타난 그의 추상 이미지는 작가의 의식과 신체가 맺는 관계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처럼 평면의 회화 공간은 화가에게 있어 세계의 풍경이 기록되는 공간일 수도 있고, 잠재된 내면의 흔적이 길어 올려지는 공간일 수도 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이 나타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한정된 회화 공간 안에 그의 오랜 관찰과 고민, 무수한 붓질을 통해 미적 지향점과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한다. 결국 개별 작가들이 사각의 장소에 옮겨놓는 이미지는 그들이 삶과 관계하고 대화하며, 세계를 사유하는 실천의 결과물인 것이다. 전시 《Square》에 참여한 다섯 작가가 그리는 대상과 그것을 자신의 작업 세계에 끌어들이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대신 이번 전시는 삶의 시간에서 느끼는 불확정적인 예술가의 감각과 어떠한 리얼리티를 회화 공간에 옮겨놓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전시는 이 같은 맥락에서 출품된 작품들의 관계를 느슨하게 설정하고 각 작가가 전시의 한 단락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참여작가
김인영, 김형관, 민유정, 이혜인, 최영빈

출처: 갤러리소소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전시

Together-세상과 함께 산다는 것

2024년 3월 26일 ~ 2024년 6월 9일

소요지 逍遙紙 : 너른 종이 길

2024년 3월 23일 ~ 2024년 4월 28일

체계의 기술 Art of System

2024년 3월 27일 ~ 2024년 4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