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SM10

시청각

2019년 10월 10일 ~ 2019년 10월 30일

시청각은 2019년 10월 10일부터 10월 30일까지 «SMSM10»을 연다. SMSM은 작가 Sasa[44]와 박미나, 디자이너 슬기와 민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 2009년 이래 다양한 공동 작업을 실행해 왔다. «SMSM10»은 SMSM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세미 회고전이다. 현실의 비균질한 물체와 인간의 시행착오가 SMSM의 물질적 재료라면, 네 명의 작가가 가진 독자적인 방법론과 축적된 실행력은 SMSM의 실행을 지도하는 매니페스토이자 매뉴얼이다. 현실의 재료/조건과 SMSM의 방법론이 만나 다방향적 다학제적 다매체적 ‘다이어그램 협업체’를 만들어 내는 광경은 몹시 흥미롭다. SMSM은 자신들의 정체를 이렇게 기술한 바 있다. “작업 소재나 주제 면에서 ‘건강과 행복’에 관심을 두고, 작품 성격 면에서는 ‘응용미술’ 또는 실용적 차원을 괜히 강조한다.”

«SMSM10»은 가짜 회고전이다. SMSM이 10년 동안 만든 작품 일부만을 선택해 보여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연대기는 부재하며, SMSM이 제작한 프로젝트 사이에 개인 작업도 배치된다. Sasa[44]가 시청각 개관전에 걸어 준 모토 ‘이게 뭐지’(‹a#26-81-v1›, 2013), 같은 전시에서 슬기와 민이 그려 본 인왕산의 등고선(‹장식적 정보›, 2013), 최슬기가 목소리로 실측한 ‹시청각 세탁실›(2017), 같은 세탁실에 박미나가 걸었던 ‹노란 초록 스크림›(2016) 등이 이런저런 형태로, 그때 그 자리로 돌아온다. «도면함»에 ‘미나와 Sasa[44]’가 참여해 만든, 전시 자료와 아카이브에 대한 레코딩도 꺼내 듣는다.

또 «SMSM10»에는 SMSM의 10년만이 아닌 다른 방식의 시작과 기념에 동원되었던 다른 시간대들, 시간의 범위(duration)들이 끼어든다. «SMSM10»에서 시간은 대한민국, 서울, 광주, 국립 미술관, 한 디자이너의 건강을 위해 수비되어야 하는 휴식 시간 등 크고 작은 시대적 모토들을 상대한다. 한 예로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에 전시되었던 달과 하얀 뻥튀기 이미지(‹달 두 개를 위한 또 다른 달/또 다른 달이 텔레비전이다›, 2016)는 달이 뜨기 시작했던 순간과 텔레비전 주파수 자체를 지시한다는 점에서 숫자 시스템을 뛰어넘는다. “SMSM에는 좀 더 뚜렷이 민속적인 차원이나 감성이 있는 것 같다”는 자신들의 말처럼, 레디메이드화된 당대의 에너지를 모으는(‹에너지!›, 2011) 무자비한 시도는 문제 해결과 문제 자체가 가진 어불성설을 동시에 보여 준다는 점에서 희한하다. SMSM의 작명을 따라 써 보자. 문제가 문제인 것이다.

SMSM은 매번 다른 입력값으로 제시되는 대한민국의 리얼리티에서 시각적 장치, 메시지, 형식, 구조를 탐구해 왔다. 한편, 이런 생각이 든다. 그들은 문제 해결 방법 중 무엇보다 ‘의식주’의 간명함에 관심 있는 것 아닐까? 의식주와 삼원색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정말 에너지 효율이 높아질까? 이상과 현실의 두 대칭축 사이에서 그들이 찾아내는 해결책은 내용적으로 기술에 의지하며 시각적으로 건강과 행복에 위안을 주고자 한다. 앞을 도모하는 이 길은 대한민국의 예술과 디자인, 미술 제도와 기관의 시공간을 재료로 삼는 셀프-교육학이다.

«SMSM10»에는 여러 질문과 답의 해제가 있다. 시청각 세탁실 옥상에서 오랜만에 자리를 찾은 ‹현재 위치(춤으로)›(2010)와 김동희가 문 자리에 세워 놓은 하얀 가벽을 채운 ‹색깔의 힘› (2009/2019), ‹디자이너 K씨를 위한 이상적 다이닝 테이블›(2012)은 2009년과 2019년 사이 한국의 시공간에서 생산된 기이한 현상들에 대한 해독제였다. «SMSM10»에는 이런 리얼리티도 있다. 2013년 11월 문을 연 시청각은 본 전시를 마지막으로 통인동 5-5번지 디귿자 모양의 전시 공간을 마무리한다. «SMSM10»의 배치 방법론에서 10년이라는 SMSM의 활동 시간이 한 축에 있다면, 다른 축에는 시청각에서 열렸던 여러 전시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SMSM10»은 전시의 시공간을 서사화하며 공간화하는, 전시의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10년을 기념하는 방식의 하나로 사과 두 개를 떠올려 봐도 좋겠다. 시청각에서 열린 «메가스터디»(2015)에서, 기획자는 SMSM에게 기억나는 급훈을 질문했다. 박미나 작가는 다음과 같은 급훈을 전해주었다. “식전의 사과는 금이고 식후의 사과는 은이다.” 식전의 사과인 금과 식후의 사과인 은을 동시에 먹는 일은 가능할까? 풍수지리를 섞어서 새로운 지리적 형태의 연대기적 지도를 만들어 보는 기세도 가능할까? SMSM의 작업은 매니페스토적 성격이 짙다. 크고 작은 모임의 급훈으로 기능하는, 이 모더니즘적이면서도 한국의 지형학적 기세를 반영하는 ‘민속적’ 태도는 오늘을 ‘보는 법’에 관한 페다고지(pedagogy)이기도 하다. SMSM의 활동은 아름다운 것과 이상한 것들을 만들며 써 내려가는 실험담이자 제작 실무담을 떠올리게 한다. 안인용은 책 «키티 데카당스»에 수록된 글 「실험담」에서 아름다움과 결투하는 이상함에 대해 쓴다. 일본의 잡지 «요로즈초호»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모집해 수록했던 일을 이렇게 불러낸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독자 제군은 일찍이 그 마음에 ‘아,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일으킬 만한, 감히 묻노니, 그 느낌은 어떤 경우에 어떤 것에 대해 일어나는가, 풍경인가, 그림인가, 미인인가, 음악인가, 또는 사회의 인정인가, 용사인가, 가난한 자인가, 나는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재료로써 널리 많은 여러분에게 그 실험담을 물으려고 한다. 바라기는 여러분, ‘내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실제 사례’라고 제목을 붙인 실험담을 글로 적어 투고해 주기 바란다. 문체는 자유. 글 1편당 250자 이내.”
『요로즈초호』(万朝報), 1908년 12월 30일 치.

투고된 내용을 주제별로 나눠 보면,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관한 글이 16편, 청각적인 아름다움에 관한 글이 2편, 시각과 청각의 복합적인 아름다움에 관한 글이 7편, 윤리적인 아름다움 관련 글이 1편이었다. 시각적 아름다움에 관한 글은 후지산이나 바다 위에서 본 해와 달 등 아름다운 풍경과 봄날 복숭아나무 그늘 요람에서 잠든 아이와 같은 인물, 현미경으로 본 물체 조직이나 역마차의 들불 같은 광경으로 다시 나눌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잡지사에서 ‘아름다운 것’에 관한 현상 모집은 6개월 만에 끝난 반면 ‘내가 이상함을 느낀 실제 사례’는 1년 반이 넘게 지속됐다는 점이다. 안인용에 따르면 “과장하자면, 아름다움이 이상함에 밀렸다.” 이상한 것이 아름다운 것을, 당연하게도 이겼다. 그가 적었듯이 현상 모집에 도착한 글들은 주관적 감정에 기초한 미감을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려고 애쓴다. 또 여기서 공통적인 것은 시간이기도 하고, 공간이기도 하고, 사건이기도 하다. 그럼 전시를 보자. 10년의 무엇을 보느냐도 자유다. 전시를 왜 출발해서 어디에서 끝내는지도.

오프닝 리셉션/퍼포먼스

2019.10.10(목)
오후 4시 30분-7시 30분

오프닝 퍼포먼스:
Sasa[44], ‹가위, 바위, 보›(2016/2019), 동명 전시회(시청각, 2016) 퍼포먼스 일부. “관객은 Sasa[44]와 총 44분 동안 ‘가위, 바위, 보’를 한다. 이기면…”.
SMSM, ‹팔자몰까›(2019), 176분.
사주 해석: 공아미.

참여작가: SMSM(Sasa[44], 박미나, 최슬기, 최성민)
기획: 시청각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처: 시청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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