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tic Network

챕터투

2020년 8월 20일 ~ 2020년 10월 7일

챕터투는 제 4기 레지던시 입주작가전인 ‘의미망(Semantic Network)’을 8월 20일부터 10월 7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새롭게 챕터투 레지던시에 입주하게 된 양유연, 애나한, 김덕훈 작가 3인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설치, 회화, 그리고 드로잉이라는 상이한 장르와 접근법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세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각자가 추구해 온 주제와 접근법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품에 표출되었는지를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작화란 선택한 미디엄(medium)을 다루어 의도하였던 시각 또는 촉각적 효과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회화의 경우라면 이런 과정을 걸쳐 비로소 완성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미디엄은 결국 최종 결과물과 같은 DNA를 공유하는 모세포로 인식되는데, 이는 매끈하던 혹은 두텁게 마띠에르가 중첩된 평면이든 간에 사용된 각 각의 안료가 입자 단위로 서로 결합하고 엉긴 방식에 따라 발색과 형태가 대체로 결정된다는 것을 뜻한다.

모든 미디엄의 기초 단위는 그 태생이 자연 또는 화학적 결합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추상성을 띠며 비형상적이다. 마치 하나의 생명체가 쉼 없는 대사 활동을 하는 수많은 세포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세포의 개별 형태는 개체의 외향과는 상관없이 기능적 대사를 담당하는 최소 단위로 구성되어 있음과 유사하다. 칠하고 그리며 색을 입히는 작화 행위는 미디엄이 하나의 구체적인 형태를 위하여 조직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의 특정한 시점에 단위 이미지가 출현하게 되고, 이 이미지는 작가의 의도와 플롯에 따라 인접한 이미지의 출현과 배열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의미망(semantic network)은 비단 작품 내 이미지 간의 관계와 전체 구상성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작가의 생애에서 개별 주제와 의미를 가진 단위 작품들이 연대기적으로 누적되며 분포되는 양상에도 연관되어 있다.

보통 화풍이라고 함은 크게 기법과 주제의 결합 방식에 따라 규정되고 대부분의 경우 기법은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주제는 관념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작가의 철학이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구체화된 결과물이다.

이러한 주제는 상호 간 “개념상의 인접성”을 가진다. 다시 말해, 작가의 특수한 생활 환경, 국적과 출신, 사상과 지배적인 경험의 큰 얼개 안에서 주제가 파생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며, 이러한 주제의 분포와 상호 의미하는 바의 총합은 소위 말하는 한 작가의 ‘작가주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다.

장지에 물감을 중첩하는 회화 방식을 고수하며 발전시켜 온 양유연 작가는, 한 개인으로서 사회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의 편린들이 대상에 이입된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옅은 물감을 반복적으로 덧칠한 화면은 부분적으로 어두운 채도를 띄며 서늘한 분위기를 일으키는데,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대상 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을 은유하는 기제로도 작용한다. 무언가 외부의 요인에 의해 타의로 촉발된 상황에 놓여 있는 듯한 인물의 행동과 그것을 다루는 시선에서는, 여성 페인터로서의 젠더성도 언뜻 드러남이 흥미롭다.

애나 한은 존재하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인식을 빛과 색채가 만들어내는 추상적 형상으로 표현한다. 주어진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하거나 자신의 삶과 내면세계를 압축해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공간이라는 물리적 장소에 심리적 접근을 더해 조형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다양한 매체, 재료, 색상, 구도로 공간에 대한 인상을 담는 작가는 나아가 같은 공간일지라도 경험하는 사람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점에 주목한다. 평면과 입체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관람자 혹은 작가 자신이 쌓아 올리는 주관적 경험과 해석 등 신체적 경험 인식이 애나 한 작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요소다.

김덕훈의 드로잉은 종이를 연필의 궤적을 담아내는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남겨 두지 않고 화면의 질감과 구성을 관장하는 요소로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 시킨다다. 표면에 균질하게 퍼져있는 펄프 입자의 미세한 돌기는 터치의 강약에 따라 개별 이미지들의 입체감과 강조 여부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하며, 모노톤의 화면에 대상 간의 긴장감과 서사를 효과적으로 내포하도록 한다. 영화 매체 혹은 항공 사진에서 자주 관찰되는 앵글이 차용된 화면은, 의도적인 기교의 억제와 균질성에 대한 집요한 추구가 어우러지면서 기록 영상의 한 컷을 보는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참여작가: 김덕훈, 양유연, 애나한

출처: 챕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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