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ing-like 그림처럼

대안공간 루프

2025년 12월 16일 ~ 2026년 1월 31일

《그림처럼》은 활발히 활동해 온 중견 회화 작가 5인의 기획 협력으로 준비한, 신진 회화 작가 5인의 전시입니다. 현대 예술 담론과 회화 사이의 불편한 거리감을 다루고자 시작된 이 전시는, 루프가 그림 그리기의 새로움과 그림 보기의 즐거움이 여전히 유효함을 믿고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작년에 이어서 다시 대안공간 루프에서 회화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미술관과 비엔날레를 기반으로 하는 주류 미술에서 회화예술은 소외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상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에서 수상이나 후보로 선정된 작가군을 살펴보면 화가는 매우 드물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미술에서 여전히 회화작업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매체의 편중이 심각하다. 나는 미술관이 언어에 의존하는 미술과 표상에 머무는 정치적 올바름, 스펙터클만을 선호하는 것을 비판한다. 한편 프리즈나 키아프와 같은 아트페어에 가보면 회화의 비율이 90%는 되는 것 같다. 나는 극단적인 미술의 상업주의도 비판한다. ‘왜 많은 사람이 그림을 보는 것을 즐기는데, 미술관은 회화를 진지한 예술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이 질문은 전시기획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다. 미술 분야의 공적 영역에서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회화예술은 ‘좋아요’와 자본의 선택만을 고려하여 상업주의와 타협하게 될 것이다.

19세기에 사진의 도전을 받았던 것처럼, 현대의 화가들은 인공지능의 도전에 직면했다. 머지않아 기술의 진보는 이미지 생성을 매우 쉽고, 보편적인 기술로 만들 것이다. 실제로 상업 일러스트, 컨셉아트, 배경 등 빠르게 대량 생산하는 이미지 분야는 이미 AI가 잠식 중이다. 그렇다면 ‘회화예술도 AI가 대체하게 될까?’라는 질문은 이 전시의 두 번째 쟁점이다. 나는 ‘그리기’라는 인간의 신체활동과 ‘그림’의 물질성에 주목한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의 고유한 불확실성 - 붓이 미끄러지고, 색이 번지고, 망치고, 지우고, 덧칠하고, 때로는 그 위에서 다시 시작하는 - 이런 예측 불가능한 실체적 경험은 디지털 매체에는 남지 않는다. 나는 화가의 의도적 선택과 필연적 실패, 자신의 의지대로 물질을 통제하지 못해서 생기는 부딪힘, 우연, 망침과 수정의 과정에서 회화의 고유성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그림 그리기는 인류가 동굴에서 살 때부터 시작된 가장 본능적인 활동이고, 여전히 유효한,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다.

미의 상대주의. 과거에는 아름다움에 이상적 기준이 있었지만, 지금은 인종, 성별, 몸, 정체성, 문화 배경 등 다양한 맥락을 인정하면서 아름다움의 기준도 복잡해졌다. 미술의 상대주의 관점은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민주적이지만, 누구든지 예술가가 될 수 있고,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상대주의의 획일화이다. ‘이것은 좋은 그림인가?’라는 질문을 무력화하고 있다. 나는 좋은 그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솜씨 좋게, 공들여 그린, 좋은 그림은 잘 보면 알 수 있다.

회화의 복고주의. 최근의 회화는 인물화, 풍경화, 추상화와 같은 전통적인 장르를 재해석하는 복고주의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회화의 진보는 멈춘 것일까?’ 나는 형식실험의 선형적 진보는 소진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화는 손의 흔적과 물질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회화-설치와 같이 타 매체와 결합하고, 인터넷 이후의 시각문화를 반영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현실의 정치적 문제를 언급하고, 내러티브를 복귀하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나가는 진보를 멈추고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진보.

사실적인 그림의 아름다움은 현실과의 관계 안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리얼리즘은 진실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추상적인 것을 찍은 사진은 볼 것이 없어도, 추상미술은 아름답다. 이미지가 아니라 물질의 아우라.

별 볼 것 없는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도 볼만할 수 있다. 대상이 아니라 그리기 자체가 중요한 것.

회화의 리얼리티는 대상과 똑같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눈으로 본 것과 느낀 것 사이에 간극을 채우는 것, 그것이 회화의 해석이고 회화가 리얼리티를 얻는 길이다.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그림처럼 그려야지.’

글: 서동욱 (화가, 《그림처럼》 공동 기획)

참여 작가: 김명찬, 김지명, 오병탁, 윤경원, 주한별 
주최·주관: 대안공간 루프
전시 기획: 서동욱, 양지윤, 이선미
전시 협력: 노충현, 이강욱, 이제, 정주영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주체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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