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hong Pyo: Fixtures and Fittings

N/A

Oct. 27, 2023 ~ Dec. 3, 2023

남자는 그곳으로 들어가려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어두운 것보다 더 어두웠을 그곳.

어둠의 깊이는 당신의 불확실성만큼이나 깊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단지 검고 얇은 진실을 덮어놓은 표피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당신은 남자가 그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엷은 숨결에 부딪혀 닳아 없어질 법한 비열한 그곳으로 걸어간다. 당신은 멀리서 그것을 지켜본다. 남자는한줌밝기의작은방에서벗어나려고한다.마지막남은한줌의밝기가그의동공을지나 사라졌을 때, 그가 다시 마주한 것은 이전보다 조금 더 거대해진 불확실성이다. 선택해야 한다. 무엇도 택할 수 없다면, 방금 내디딘 그 곳을 다시 밟아야 한다. 한줌 최후의 밝기가 사라진다. 그곳엔 공기가 없다. 눈을 감아도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다. 질끈 더 세게 감을수록 잔상은 선명해진다. 선명한 잔상은 이내 뭉뚝해진다. 공기가 없는 그곳엔 시간도 없다. 잔상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 켜켜이 쌓이는 잔상. 이미지의 중첩은 이내 방향 없는 조각이 된다. 남자는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려 한다.


갤러리 N/A는 10월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표민홍 작가의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표민홍은 도시재개발을 모티브로 다양한 상황을 제시한다. 재개발로 인해 소멸하는 것, 소멸의 흔적 등에 관한 다양한 내러티브와 컨디션을 23점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fixtures’와 ‘fittings’는 주로 부동산 용어로 사용되며, 집에 포함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구분하는 용어로. 작가는 머물던 곳을 떠나야만 했던 가상의 인물을 fittings(부속물)로, 이곳저곳 옮겨다녔던 임시 거처를 fixtures(고정물)로 상정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리고 전시장의 여러 곳에 누군가의 fittings일 수도 있는 사물의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가 마주하게 되는 <The host provides you a perfect evacuation plan I(집주인이 제공하는 완벽한 탈출 계획 1)>과 그 뒤로 보이는 <화르르-화르르 (Hwareureu-hwareureu)>는 화재 상황을 암시한다. 그 왼쪽에는 청계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의 이미지와 6점의 *고스트 프린트가 소멸의 상황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3층에는 지속적으로 거처를 옮겨 다녀야 했던 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AI 이미지 생성기로 만든 <Nameless corners(이름없는 모서리) #01, #02, and #03>은 그가 살았을 법한 지역의 이미지다. 영상 작업인 는 장소를 이동하면서 살고있는 인물의 과거, 현재, 미래를 비선형적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전시장 한 켠에 놓인 FM 라디오에서는 그를 상징하는 다양한 시대의 음악이 흘러 나온다.
작가는 사용하는 재료의 물질성 및 기능에 내러티브를 더해 복합적이고 다양한 상황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세기 사진제판 기술인 포토그라비어와 최신의 AI 이미지 툴로 이미지를 제작하여 시대를 특정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또한 건축재료인 콘크리트 와금,바니쉬 등 다양한 재료들의 기능과 성질을 통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소멸하는 것과 소멸하지 않는 것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제시했다.

표민홍은 서울예술대학 사진과(2007), 골드스미스 순수미술 학부(2015) 및 옥스포드 대학교 순수미술 석사(2016) 과정을 마쳤다. 언어(텍스트)를 기반으로 영상, 오브제, 글쓰기 등을 접목한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거시적 담론을 개인적 시각/단위와 병치해 작업하며, 주어진 공간을 하나의 특정한 상황으로 제시한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아무것도, 우리의>(갤러리조선, 2021), (휘슬, 2018) 등이 있으며 주요 단체전으로는 <스나크: 붙잡는 순간 사라지는 것들>(갤러리2, 2021), <생각의 뒷모습>(휘슬, 2020>, <관객행동요령>(SeMA 벙커, 2018) 등이 있다.

*고스트 프린트(Ghost Print)는 첫번째 인쇄물을 찍어낸 후 판에남은 잉크로 2차 3차 인쇄물을 연속적으로 찍어내는 방식을 지칭하는 판화 용어다. 이는 주로 판에 남은 잉크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지만, 때로는 의도적으로 1차 인쇄물보다 흐린 인쇄를 얻기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참여작가: 표민홍

출처: n/a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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