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SUMMER

P21

2021년 7월 2일 ~ 2021년 8월 7일

한여름은 늘 따사로운 햇볕과 청량함 가득한 담은 이미지로 기억되지만, 매번 기상청이 알려주지 않는 흐릿한 날씨를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어디까지나 관행적 이미지인 것만 같다. 전시가 시작되는 이 시기만 해도 비가 올 것 같이 먹구름만 가득하거나 더 나아가 장대 같은 비를 뿌리기도 하고 어느순간 맑은 하늘에 강렬한 햇빛을 내리비치며 온 살갗을 따갑게 만들기도 한다. 이 기묘한 계절에 사람들은 온갖 불평불만을 쏟아내곤 하지만 가끔 더위를 한시름 내려놓게 하는 소나기와 이전보다 길어진 한낮의 시간을 각자의 나름대로 유용하게 즐기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한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애매모호한 간극을 꽤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극명히 다른 분위기의 날씨 덕분에 사람들은 한여름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이번 전시는 7월 2일부터 8월 7일까지 박성소영, 이소정, 이은실, 요린데 포그트, 정희민, 최고은, 여섯 작가의 한여름을 닮은 작품을 선보인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성 작가들의 회화 및 조형 작품을 소개하고 동시에 개성적인 작품들이 빚어내는 대비와 조화에 주목한다.

P1에서는 강렬한 색감과 표현방식이 먼저 눈길을 끈다. 한지와 먹 같은 전통적인 동양화 재료 위에 아크릴 물감을 켜켜이 쌓으며 추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이소정(b.1979)은 앞서 제작 과정에서 활용되었던 부산물의 우연적인 형태를 틀로 삼아 화면에 유기적인 추상 이미지를 도출하는 ‘계획된 우연’을 과정으로 삼고 있다. 요린데 포그트(b.1977)는 근작 중 베토벤 시리즈 한 점과 대표작인 Immersion 시리즈 한 점을 함께 선보인다. 포그트는 베토벤 악보의 음조와 동적인 기보법을 작품의 기본 틀로 삼으며, 그의 음악에 내재된 감정 스펙트럼을 묘사하기 위해 작가만의 표기법을 사용한다. 더불어 Immersion 시리즈는 지각의 과정 혹은 어떤 예술적 자극에 대한 자신의 감정 상태와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P2에서는 정희민(b.1987)의 Caveman(최초의 인간) 시리즈를 가장 먼저 감상할 수 있다. Caveman은 최초의 인간이 남긴 벽화와 같이 사적인 드로잉을 재구성하여 스스로가 경험한 재난 상황이 주는 계시와 충동들에 대한 기록을 만들고자 시도한다. 정희민은 라이트박스라는 장치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빛에 투과된 회화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도록’ 유도하며, 이에 이미지들은 물질로서의 상태가 강조된다. 정희민의 작업과 함께 선보이는 박성소영(b.1971)은 추상 회화를 기반으로 인지가 불가능한 다른 차원의 세계, 혹은 시공간의 왜곡이나 중측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매우 개인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저장된 기억을 재소환하는 조형적 탐구를 통해서 박성소영는 캔버스 안에 허구를 실재화하고 있다.

안쪽 공간에서는 최고은과 이은실의 작품을 P21에서 처음 선보인다. AIWA, SONY 등의 한시대를 풍미했던 상업 제품을 복제한 최고은(b.1985)의 케미칼 시리즈는 제품의 기능성 보다는 산업재료로 이루어진 작품의 물질성을 더욱 강조한다. 이은실(b.1983)은 인간이 내재한 여러 욕망을 구체화한다. 겹겹이 배접한 장지 위에 쌓인 레이어의 모호한 풍경은 그 자체로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을 주며 화면에서 느껴지는 구체적인 감각과 묘사를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참여작가: 박성소영, 이소정, 이은실, 요린데 포그트, 정희민, 최고은

출처: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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