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레퍼런스에서는1 오는 8월 4일(목)부터 8월 21일(일)까지 «GOOD BYE PHOTOGRAPHY»를 개최한다. “사진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하나의 수수께끼이다.”
사진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일까. 사자(死者)를 위한 미사를 우리말로 진혼곡이라 한다. 죽은 사람을 위해 산 사람이 미사를 올리는 예배 의식처럼, «GOOD BYE, PHOTOGRAPHY»는 정의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이미지, 사진에게 고하는 작별 인사이다.
한때 사진은 회화의 부동성과 영화의 역동성, 고급예술과 대중문화 사이에 공존하며 현대예술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지켜왔다. 사진 고유의 특성인 필름의 음(negative)과 양(positive)은 종이 위에 빛으로 그린 그림에서, 현재의 기록이자 과거의 자료, 시각문화의 주요 매체로서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적잖은 충격과 변화를 가져왔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 한 세기 가까이 아날로그 사진이 누린 영광은 그 지지체인 육신을 잃으며 힘없이 좌초된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사진의 주요 개념들을 해체시키고 스크린 위를 떠도는 이미지 파편들로 순식간에 대체되어 갔다. 물리적 감각이 사라진 상태, 탈-사진(Post-Photography)의 가속화는 사진-이미지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다음 세대의 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GOOD BYE, PHOTOGRAPHY»는 포스트-인터넷 세대가 경험하는 오늘날의 사진 미디어(the medium of the photograph)에 반하여 ‘사진 이후의 사진에 대한 새로운 비평’을 시도하는 젊은 작가 그룹전이다. 이곳에 모인 5명의 작가들은 디지털 네트워크에 공유된 이미지에 이미 익숙한 MZ 세대이지만 여전히 사진 고유의 변증법적 개념들 — 시간의 안과 밖(김도영), 빛과 어둠(김태환), 선택과 배제(김상인), 기억과 기록(고영찬), 사실과 허구(박승만) — 에 기대어 동시대 사진을 논쟁적으로 다루고 있다. 우리가 알던 사진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구성된 프레임(constructed frame) 안에서 작동했다면 이들은 사진이 가진 기본 요소들(복제성, 시간성, 진실성, 사실성 등)을 되풀이 사용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해석하는 데 몰두한다.
1990년대 한국 사진은 ‘찍는 사진과 만드는 사진’이란 용어를 통해 새로운 사진 경향을 소개한 바 있다. 이전의 전통적인 다큐멘터리방식과 달리 연출 사진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한 이 용어는 이후 «사진 · 새시좌전»(1988, 워커힐미술관), «한국사진 수평전»(1991, 장흥토탈미술관), «사진은 사진이다»(1996, 삼성포토갤러리)에 이르기까지 사진 매체의 순수성을 고수하거나 실험하는 시도였으며, 동시에2 이는 한국사진의 비평문화가 성장하는 촉매제로 작동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한국사진은 ‘포스트 사진, 포스트 미디어’라는 디지털 매체의 확장 속에서 이렇다 할 비평적 담론을 생산하지 못한 채 정체기를 맞는다. 반면 이와 다른 양상에서 최근 미술계는 사진-이미지에 대한 비물리적 감각과 태도를 포스트-미디어 담론으로 확장해 영상 · 미디어 안에서 보다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현상은 더글라스 클림프가 70–80년대 미국에서 사진매체를 활용하거나 광고 · 영화산업 이미지를 차용하여 미술계에 신진 작가들을 ‘픽처스 제너레이션’이라 불렀던 시대와 닮아있다. 당시 영아티스트들이 특정 매체에 국한되는 것에서 벗어나 예술 작품의 ‘현존성’에 의존하여 작품을 해석하고 이러한 반향은 이후 미술계 제도권의 안과 밖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지금,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 세대의 사진적 감각과 조건은 무엇일까? ‘스크린에 부유하는 이미지는 사진인가 아닌가,’ ‘사진을 주요 도구로 다루는 다음 세대에게 기존의 사진은 저항해야 할 것인가 극복해야 할 것인가.’
수전 손택의 1964년 에세이 『해석에 반대하다』에서 그는 “비평의 기능은 예술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이 떻게 예술작품이 됐는지, 더 나아가서는 예술작품은 예술작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안녕히 계세요’는 ‘또 봅시다’라는 중의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이번 전시 «GOOD BYE, PHOTOGRAPHY»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하여 옛 사진에 작별을 고하며 5명의 작가들에게서 포스트-미디어 시대 사진의 본령을 다시 불러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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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 기리는 사진의 이중성과 변증법적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철학자 마시모 카차리(Massimo Cacciari)가 언급한 바 있는 사진의 정의, 즉 해당 문구를 인용하였다. 『루이지 기리의 사진수업』, 열화당, 2020, 25쪽.2 ‘만드는
사진’은 탈사진적 방법론으로서 90년대 한국 미술계와 사진계에 큰 반향을 가져온다. 『프레임 이후의 프레임: 한국현대사진운동 1988–1999』에서 이경민 기획자는 사진 매체 순수성을 ‘찍는 사진’으로 이해하거나 모더니즘 사진에 대한 저항의식의 표출로서 인식한 사진에 대한 태도를 포스트모더니즘 속에 등장한 한국사진의 특수성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사진에 관한 논쟁들은 사진의 형식성과 방법론에 치우치긴 했으나 이후 모더니즘 사진에 대한 사진 매체 인식의 첫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김정은 (더레퍼런스
디렉터)
참여작가:
김도영, 김태환, 김상인, 고영찬, 박승만주관∙주최:
더레퍼런스총괄기획:
김정은전시∙프로그램
진행: 현가비디자인: 인현진
출처: 더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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