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yrol Jiménez: Grass on a Busy Street 베이롤 히메네즈 개인전: 분주한 거리의 들풀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Oct. 28, 2022 ~ Dec. 2, 2022

페레스프로젝트는 베이롤 히메네즈(Bayrol Jiménez / b. 1984, 멕시코)와 함께하는 두 번째 개인전이자, 아시아 첫 전시인 《Grass on a Busy Street; 분주한 거리의 들풀》을 개최한다. 히메네즈는 올해 5월, <아트부산 2022>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으며, 지난달 <키아프 2022>에서는 이번 개인전에 앞서 더 많은 작품과 함께 국내 관객들에게 눈도장 찍었다. 이런 그의 국내 첫 개인전에서는 특유의 재치있는 상상력과 화면 구성으로 멕시코 자연과 역사 및 신화 그리고 문화 등을 풀어낸 회화 9점을 선보이며 히메네즈의 독특한 미지의 예술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히메네즈는 유화와 아크릴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추상과 구상의 표현을 넘나드는 생동감 넘치는 구도와 함께 화면을 구성하는 색채 및 세부적인 요소들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그의 붓놀림은 투명감 있는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을 혼재시키는 것으로 작품의 전경과 배경을 한데 뒤섞는다. 그는 속도감 있는 스케치로, 즉흥적으로 변화 및 발전시키는 직관적인 작업을 이어 나간다. 이번 전시는 히메네즈가 페레스프로젝트에서 선보였던 지난 전시의 연장선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멕시코 신화와 기원의 주제 및 서사에 대한 탐구를 한 층 더 확장한다. 그가 신앙과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주는 작품 속 패턴들은 인류가 공통으로 갖는 가치와 추구하는 바에 대한 반영이자, 이번 전시로 히메네즈가 던지고자 하는 핵심 질문이다.

그간 지속해 왔던 연구에서 도출된 이번 전시는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의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원제: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1949)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며, 이에 <The Hero of the Thousand Helmets>(2022)라 이름 붙여진 작품 또한 선보인다. 작가의 작품 속 영웅적 모습은 신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전사 또는 모험가들이 주로 남성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을 꼬집고 무너뜨린다. 그렇기에 화면에는 인간, 식물, 그리고 동물과도 같지만 전혀 다른, 모호한 합성 생명체들만이 존재한다. 이들은 이상하게 뻗은 팔다리를 지니거나 뼈에서 수술이 자라나 꽃을 피워내는 등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밝고 경쾌한 색채는 작품에 즐거움을 더해주는데, 이는 작가의 만화적 세계관 구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가 창조해 내는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은 <The Spirit of the Corn Seeds>(2022) 속 등장하는 생명을 불어넣는 수확의 신과 같은 수호신으로 묘사된다.

신화가 문명이 미지의 그 어떤 곳, 창조와 죽음의 이상향으로의 길라잡이라면, 히메네즈는 이러한 신화적 상징들에 자신만의 어휘를 조합해낸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예술가로서 외치는 세상에 대한 좌절의 표현이기도 하며, 그가 수없이 목도해 온 세상의 폭력과 혼돈은 이윽고 무뎌진다. 그렇기에 작품 속 세계관 형성은 그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발길이 끊임 없는 길에는 풀이 자라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차용하고 있지만, 작가는 여전히 도시의 거리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자라나는 야생 식물들을 보며 이와 같이 전시 제목을 수정했다. 히메네즈가 그의 작업에서 추구하는 고대의 지식들은 영양분이 부족하고 척박한 도시 속 작은 틈 사이사이로 치열하게, 그리고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이러한 식물들의 이미지를 통해 화면에 실현된다.

멕시코의 고대 문명과 신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전시는 국내 관객들에게 낯섦과 동시에 신선함을 선사하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는 그의 작업은, 작품이 지닌 지역적 특성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베이롤 히메네즈 Bayrol JIMÉNEZ
b. 1984, 멕시코  오악사카 거주 및 작업

베이롤 히메네즈의 작업은 형식주의를 따르면서도 개념주의 회화를 기반으로 하며, 코믹 스트립(comic strip)과 멕시코 대중문화,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사회와 역사를 포함한 여러 주제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그는 색과 기하학적인 형상으로 부재한 것들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고,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을 작품 속에 상징으로 변모시킨다. 그의 작품은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시각적으로 복잡하며 추상과 구상 두 가지 모두를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특히 멕시코와 아즈텍 역사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데, 신화와 식민지 역사 속 한 장면을 재창조하여, 여러 시간적 요소가 공존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화면 속에는 토착 신화와 지역 축제, 그리고 초자연적인 것을 상징하는 여러 이미지가 복잡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 감정적이고 미학적인 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대 멕시코 역사에 등장하는 존재 또는 상징이다.

갖가지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 대응하여, 히메네즈의 그림들은 비유적이고 추상적이다. 추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적인 공명을 갖고 노는 듯하지만, 동시에 서술의 특정 단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의 작품들은 보이는 대로 현실을 표현해야 한다는 법칙에 얽매이지 않은 채 다중적 시간과 레지스터(신호를 수신하여 기호로 변환하는 장치)로 복합적 경험을 유발한다.

히메네즈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파라모(Páramo)에서의 《Después de la fermentación sólo queda el pozo》, 독일 함부르크의 14a에서 《Sombras de los valles》, 독일 라히프치히의 뒤캉 갤러리(Dukan Gallery)에서 《Des grands yeux morts》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으로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폰드리 달링(Foundry Darling)에서 열린 《dessins tissés de repentirs》를 포함하여, 멕시코시티의 카릴로 힐 미술관(Museo de Arte Carrillo Gil)에서 열린 《Modos de ver》, 서울의 난지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레지던시>,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Sakahan》, 그리고 프랑스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Resisting the Present》가 있다.

참여작가: 베이롤 히메네즈 Bayrol Jiménez

출처: 페레스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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