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FIVE Vol.I

스페이스소

2022년 9월 29일 ~ 2022년 10월 30일

지난 5년을 감사하고, 자축하며. 
2017년 9월에 개관한 스페이스 소는 2022년 9월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개관전 초대장에 적었듯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지, 어떤 의미를 만들어 가야 할지를 고민하며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 그리고 수고를 빌어” 첫 걸음을 떼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오늘의 스페이스 소가 되었습니다. 10년은 되어야 기념전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5년, 10년, 50년을 위해서 작게나마 2022년의 9월을 기념하고자 합니다.

스페이스 소와 함께 한 사람들. 작가 그리고 컬렉터
지난 5년을 기념하며 앞으로 스페이스 소의 행보를 기약하는 전시는 어떤 전시여야 할까? 라는 질문 앞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은 사람들입니다.  
스페이스 소의 5년은 함께 해온 역량 있는 작가들 그리고 그 반짝임과 노력을 관심과 애정으로 보아 온 안목과 취향을 갖춘 컬렉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하여 스페이스 소는 지난 5년의 시간을 작품을 중심에 두고 작가와 갤러리 그리고 컬렉터가 만들어낸 관계에 의미를 두고자 합니다. 
전시는 스페이스 소와 함께 해온 대표작가 9인(금민정, 박형근, 조성연, 홍수연 이하 1부, 김겨울, 변상환, 이병호, 임선이, 한성필 이하 2부)의 작품들로 구성됩니다. 스페이스 소를 통해 소장된 컬렉터의 작품과 그 동안 전시를 통해 소개된 작품 그리고 작가의 최근 작들이 서로를 엮어내며 지난 시간과 앞으로 시간을 연결합니다. 컬렉터의 공간에 짧게는 몇 달, 길게는 5년 동안 자리했던 작품들이 다시 갤러리로 소환되고 그 작품을 기준으로 전시에 출품되었던 작품 그리고 작가의 스케치 속에, 구상 속에, 작업실에 있던 새로운 작품들을 전시에 함께 소개합니다.

전시장에 설치된 금민정 작가의 비디오-조각 5점 중 2점은 컬렉터의 소장품이고 3점은 올해 아트부산과 키아프 플러스를 통해 소개한 2022년 신작들입니다. 
<Forest in forest>(2017)는 2017년 개인전 <INVISIBLE FOREST>에 출품된 작품입니다. 화전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숲에서 발견한 나무 줄기에 화전림을 소재로 한 영상을 세워 놓은 작품으로 2017년 개인전의 엽서 및 여러 홍보 이미지에 활용된 대표작이었습니다. 본 작품의 소장자는 금민정 작가의 작품들을 2006년 즈음부터 보아온 분입니다. 대형 영상 설치 작품들을 인상 깊게 보고 오랜 시간 작가를 응원하던 컬렉터는 <Forest in forest>를 보고 한 눈에 소장을 결정하여 최근까지 그의 집안 한쪽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컬렉터의 소장품 <동경_노을해안>은 2019년 개인전 <Hidden Layers>(노블레스 컬렉션, 서울)를 통해 처음 발표하고 이후 여러 연작들을 진행해 오고 있는 그의 프레임 조각 시리즈 중 한 점이며, 이 프레임 연작들 중 처음으로 컬렉터에게 소장된 작품입니다. 소장자의 병원에 설치되었던 작품은 병원을 방문하는 많은 환자들을 최근까지 만났습니다. 조각과 입체 작품에도 관심이 많아 여러 작품들을 컬렉션을 해오신 소장자는 자연풍경을 담은 영상과 조각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금민정 작가의 작업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고 계시는 컬렉터 중 한 분입니다. 
이번 전시 작 중 <모서리_폭포정원>은 앞으로 그가 진행할 새로운 비디오-조각 연작을 소개하는 작품으로 지난 아트 부산에서 선보였던 설치 작품의 변주입니다. 금민정 작가와 스페이스 소는 내년 하반기에 개인전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다음 전시에서 그의 <모서리_폭포정원>이 어떻게 완성되어 소개될지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형근 작가는 스페이스 소와 2017년과 2020년 두 번의 개인전을 치렀습니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3점의 작품들은 2017년 개인전 <두만강 프로젝트_Faint>에서 소개한 <TMRP_Tumen>연작, 2004년부터 최근까지 진행해오고 있는 <Tenseless>연작 중 2020년 개인전 <채운 彩雲 Iridescent Clouds>의 출품작이자 컬렉터의 소장품과 올 봄 한미사진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중중무진 重重無盡>에서 발표한 신작입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마주하는 화려한 컬러로 가득한 꽃밭과 눈 덮인 삭막한 겨울 숲으로 대조를 이루는 두 점의 풍경사진이 박형근 작가의 작품입니다. <Tenseless-96, Harmony>(2022)는 100점이 넘는 볼륨을 자랑하는 그의 대표 연작 <Tenseless> 중 96번째 작품이고, <TMRP_Tumen> 연작은 한국의 서울, 인천, 강화, 파주에서 시작하여 중국의 대련, 연길, 용정, 화룡, 훈춘, 숭산, 남평, 도문, 월청, 개산툰을 지나 중국, 러시아, 북한이 교차하는 두만강 하구의 방천까지 이어지는 두만강 1,500리를 2014년부터 4여년간 작가가 직접 목도하고 촬영하여 기록한 방대한 작업입니다. 
<Tenseless-88, Flames for everyone>(2019)의 소장자는 박형근 작가의 <Untitled> 연작과 <Tenseless>연작을 여러 점 컬렉션하고 있습니다. 편집 디자이너인 소장자는 직업 특성상 전시장에 올려지기 전에 누구보다 먼저 작품을 이미지로 만납니다. 박형근 작가의 작품들도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며 수 차례 본 작품들 중에서 그의 눈과 마음을 끄는 작품들이었습니다. 디자이너의 매서운 눈은 작가의 주요 작품 컬렉션으로 이어졌으니 이후 박형근 작가의 작품 전시를 위해서는 이 분을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시리즈와 시기별로 컬렉션 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작가를 컬렉션이라는 방식으로 응원하고 묵묵히 이어가는 행보를 지켜봐 주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조성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 지난해 개인전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에서 발표한 작품들과 앞으로 진행할 새로운 프로젝트를 연결하는 사진 설치 작업을 선보입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과 식물들은 모두 그의 손길이 닿은 것들입니다. 직접 가꾼 식물들과 오랜 동안 곁에 두고 사용하고 봐온 것들, 누군가에 의해 버려진 것들도 그에 의해 가려졌던 멋과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다양한 크기와 비율의 프레임들 사이에 2020년부터 진행해온 작업들 중 지난 개인전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작품들이 기억 속 이미지들처럼, 사진첩 속 기록처럼 떠오르듯 <c_cut>이라는 제목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에 철거되는 가옥의 창문 틀을 프레임 삼아 작업한 2점의 신작 <길 위에서>와 <경주>는 앞으로 진행할 그의 새로운 연작으로 확장되어갈 예정이니 눈 여겨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러한 그의 작업과 사소한 것 들에서 아름다움을 끌어 올리는 능력에 감탄하고 응원을 보내주시는 컬렉터의 소장품은 <무대 위 레코드 판, 극락조, 공>(2021)이며 작가의 2018년 개인전 <지고 맺다 Waxing and Waning >를 통해 처음 소개된 동명의 연작 중 <지고맺다_당근과 당근 꽃>도 함께 소장하고 계십니다. 조성연의 대표적인 정물 사진 작업인 <사물의 호흡>시리즈를 포함한 이전 작품들을 알고 있고 2014년 이후 작업의 큰 변화를 꾀한 작품에서 작가의 발전과 성장을 발견하고 응원하는 컬렉터 중 한 분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실험하고 변화를 모색해가는 작가의 태도를 응원하는 컬렉터와 함께 하는 것은 작가에게도 갤러리에게도 참으로 큰 힘이 됩니다.
전시장에 함께 자리하지 못했으나 2층 카페에 걸려 있는 조성연 작가의 <지고맺다_당근과 당근 꽃>도 놓치지 않고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전시장과 카페로 오르는 계단 참까지 설치된 홍수연 작가의 작품은 7점이 전시 중입니다. 이중 2점은 소장자의 컬렉션, 신작과 최근작 4점과 2018년 개인전을 통해 소개된 <Tonal Dialogue> 1점입니다. 스페이스 소와 함께한 그의 개인전 <Abstrict: Intrinsic>은 작가가 화면 안에 새롭게 시도하는 형식 실험의 결과물인 <Tonal Dialogue>연작을 소개한 전시였습니다. 홍수연 작가는 ‘추상’과 ‘회화’이라는 양식 안에서 그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화면 위에서의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일련의 연작들을 발표해왔습니다. 극도로 정련된 단색조의 이전 작업들로부터의 변화를 실험한 <Equilibrium>연작(2014-2017) 이후 한 단계 더 나아간 <Tonal Dialogue>(2018~)연작들은 그의 작품의 특징이었던 화면 안에 구축된 형태의 엄격한 균형과 긴장을 해체 시키며 이끌어낸 추상 연작이며 최근 신작인 <Synchronicity>연작들은 그 변화를 더욱 과감히 수행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에는 2017년작부터 2022년 최근 신작을 통해 이러한 그의 작업 양식의 변화과정을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두 소장자의 작품 <Equilibrium_Acrobat #12>(2017)와 <The widening gyre_sky>(2019)는 전시에 소개되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소장자의 공간에 자리잡은 작품들이었습니다. 2017년 연말쯤 전시 준비 시기에 갤러리를 방문한 <Equilibrium_Acrobar #12>의 소장자는 2층 카페로 이어지는 계단참에 잠시 걸어 놓았던 이 작품에 빠져 망설임 없이 본인의 컬렉션 리스트에 이 작품을 올렸습니다. 또 다른 작품 <The widening gyre_sky>의 소장자는 수년 동안 홍수연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계셨던 분으로 작가의 스튜디오에 걸린 작품으로 최종 마음을 굳혔습니다. 소장자의 공간에 한동안 멋스럽게 걸려있던 작품은 고양이들과의 안전한 동거를 위해 최근에 액자를 하고 편안히 자리를 지키다 갤러리로 들어왔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갤러리 벽에 걸리게 되고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더없이 반갑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함께 했던 많은 작품들 그리고 작가들의 면면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전시를 찾아 주신 많은 분들, 늘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시는 미술계 동료들, 관객들과 컬렉터 분들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과 컬렉터분들 외에도 함께 하고 싶은 많은 분들이 계셨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10주년쯤에는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스페이스 소는 성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활동도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스페이스 소 송희정


참여작가: 금민정, 박형근, 조성연, 홍수연

출처: 스페이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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