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아트랩 대전 : 이덕영 LEE DEOK YOUNG

이응노미술관

2020년 10월 6일 ~ 2020년 10월 27일

우리가 사는 도시는, 지금, 공사 중
고충환 미술비평가

작가 이덕영은 공사 현장에 관심이 많다. 구획된 땅과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진 구덩이, 널브러진 철근들, 거푸집들, 얽히고설킨 전선 다발들, 크고 작은 파이프들, 사다리와 기중기들, 건축 중인 크고 작은 건조물들, 그리고 알만하거나 알 수 없는 오브제들로 어수선한 공사장이 역동적이고 어지럽다. 조금만 눈을 돌려 봐도 공사장은 쉽게 눈에 들어오고,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도시와 사회가 온통 공사 중인 것 같고 공사장 속 같다. 그렇게 작가가 보기에 한국의 현실은, 우리가 사는 도시는, 지금, 공사 중이다.

한국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작가의 감정 곧 징후며 증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 징후와 증상의 이면에는 급조된 근대화의 과정과 재개발 현장 그리고 삽질 공화국의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국은 급조된 근대화의 과정을 거쳤다. 그동안 경제 제일주의 원칙과 효율성 극대화의 법칙을 사상 최대의 지상과제로 삼아 내달려왔다. 그렇게 내달리면서 경제성이며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뒤에 버리고 갔다. 그리고 그렇게 버려진 것들에는 사람도 있는데, 잉여 인간이 그들이다.

작가의 그림에서 머리가 없는 인간은 상실을 의미한다. 결핍을 의미한다. 나는 나를 상실했고, 나라는 주체를 상실했다. 이 도저한 상실감은 어디서 어떻게 연유한 것인가. 상실감은 내가 다름 아닌 현대인임을 증명해주는 강력한 지표다. 그 지표의 쌍 개념이 과잉이다. 과잉이 있으면 상실이 있고, 상실이 있는 곳에 과잉이 있다. 물신(과잉)이 곧 걸신(상실)이다. 그렇게 과잉된 생산과 과잉된 정보, 과잉된 이념과 과잉된 욕망이 상실의 사회를 낳는다. 그러므로 작가가 그려놓고 있는 어수선한, 어지러운, 기계음이 귀를 찢는, 먼지 풀풀 날리는 공사장의 살풍경이, 그리고 마치 초연한 듯 그 살풍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구구거리는 비둘기가 있는 풍경이 상실된 사회의 알레고리 같고, 포화상태의 상실감이 임계점에 이른 과잉된 현실의 우화 같다.

한편으로 제도가 주입하는 이념_정보는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인간이 건축한 모든 것, 이를테면 집, 도시, 사회, 세상과 환경, 그리고 심지어는 자연마저 어지러운 전선 다발과도 같은 튜브를 치렁치렁 매달고 있는 것이 마치 인터넷 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같다. 그렇게 사람이, 집이, 도시가, 사회가, 세상과 환경이, 그리고 마침내 자연이 제도가 주입한 이념_정보를 묵묵히 수행하는 기계적인 삶을 영위한다. 앞서 제도는 사람을 재단한다고 했다. 제도는 나아가 자연도 재단하는데, 가지치기와 모양내기가 그렇다. 자연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효율적인 모양으로 재단되어야 하고, 효율적인 외장으로 도시의 그것과도 같은 기하학적 형태가 주어진다. 그렇게 효율적인 형태로 재구조화된 자연이 기하학적 도시와 어우러지고, 그렇게 재부팅된 도시환경 속을 기능적인 사람들이 기계처럼 살아간다.

참여작가: 이덕영

출처: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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