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은 2021년 2월 17일부터 3월 10일까지 홍은주 김형재의 전시 «On Your Mark»를 개최한다. 듀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각자의 작업으로 활동해온 홍은주 김형재가 함께 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On Your Mark»에서 둘은 전시를 위해 사물(물건)의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발생시켜 새 경로와 기록을 획득한다. 한편 두 사람이 디자인한 책을 비롯한 인쇄물들은 펼쳐진 포스터가 되거나 한꺼번에 묶여 또 다른 물질로 나타난다.
«On Your Mark»의 둘은 시청각 랩의 전시 공간을 작업 활동 10년의 궤적을 담아내는 다이어그램으로 재맥락화한다. 홍은주 김형재는 10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세세한 기록 대신 10년이 무엇으로 재생될 수 있는지 묻는다. 이때 ‘10년’은 다시 그들이 «On Your Mark»를 위해 준비한 또 다른 시간과 대칭된다. 직접적으로 두 인물의 손에 쥔 스마트폰이 준비-지시-명령에 의하여 도착된 사물들의 시간이 그것이다. 공간의 벽, 세 개의 창문, 다시 흰 벽, 새로 제작된 흰 테이블은 둘이 따로 또 같이 펼쳐내는 유무형의 스크린이 된다. 스스로를 “종이와 온라인 공간을 이해해 나가는, 낀 위치에 있(었)다”고 하는 김형재의 말처럼 둘은 디자인 작업을 이어온 10년의 시간, 시청각 랩이라는 전시 공간, 서울의 속도를 ‘동시에’ 움직여 나가는 방법을 취한다.
홍은주 김형재는 쇼핑, 연구, 과거의 작업들 돌아 보기 등의 실행을 통해 전시를 발생시킨다. 그들이 택한(쇼핑) 사물과 발췌된 정보의 목록은 다시 이 둘이 전시를 통해 만들어낸 좌표에 배치된다. 우리는 이제 시작과 끝, 내역과 기록, 증발시키기의 기술 등을 보게 된다. 전시장에서 이들은 화면이나 종이의 페이지가 아닌 허공에 정보를 ‘띄워버린’ 것처럼 보인다. “전시장을 위에서 보면 시작과 끝이 맞물리는 순환 구조일 것”(홍은주의 메모)이라는 말 앞에 잠시 멈춰보자. 홍은주는 웹사이트의 제작 과정마다 웹이 갖게 될 시각성, 물질성을 특정 사물로 치환하거나 비유하는 방식을 전개해왔다. 그것은 전시장에 온 나를 포함한 각자에게 하나의 실전이자 연습문제다. 뭔가를 내 언어로 바꿔보는 테스트일까? «On Your Mark»에는 두 사람이 걷고 일했던 도시도 있다.
글
현시원
참여작가:
홍은주 김형재기획:
시청각 랩공간
디자인 : 픽건설협찬 : 으뜸프로세스
출처: 시청각 랩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