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진섭 작가의 손을 거친 돌은 속삭이고, 웃고, 때로는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기도 한다. 반세기 가까이 석조 작업에 몰두해온 작가는 차가운 돌 덩어리에서 가장 따뜻한 인간성을 길어올리는 연금술사이다.
이번 전시는 70대에 접어든 작가가 지난 작업들을 되돌아보는 초대전이다. 작가는 지난 2023년, 아시아,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성상을 설치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여정을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한국 최초 조각 갤러리인 스페이스 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세 개의 층을 통해 작가의 내면 풍경을 펼쳐 놓는다.
1층의 ‘일상의 무게’에서는 8개의 의자가 기다린다. 흰 대리석 6개와 검은 대리석 2개로 만들어진 이 의자들은 단순한 가구를 넘어선다. 회전하는 윗판, 각각의 젠더를 섬세하면서도 위트 있게 반영한 디자인은 작가만의 유머 감각을 보여준다. 무겁고 견고한 돌로 만든 의자에 앉는 경험은 일상적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지하 1층의 ‘뿌리와 마음’은 작가와 전시의 기저를 이룬다. 작가는 한국의 민속 형상물인 장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쉬이 마주할 수 없는 재료인 황토색 화강석으로 심장을 조각한다. 이렇듯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부드러이 넘나드는 작가의 세계가 세워진다.
2층의 ‘기억의 정원’에서는 천진하고도 무구한 모습의 아이들이 맞이한다. 간결하게 다듬어진 표정과 몸짓은 우리에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하다. 작가가 고향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여전히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이 되어준다.
무엇보다도, 한진섭은 무겁고 투박한 재료인 돌로부터 섬세함을 발견한다. 작가의 손을 거쳐간 대리석은 그 무게를 상실한 듯,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돌을 깎는 일은 곧 소거의 작업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가벼워질 때까지, 천천히, 하나씩.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을 내려두며 본질에 다가가는 것. 또한, 이는 기술이 아닌 태도이다. 애정 어리고도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인간과 삶을 깎아내는 것. 이로써 작가는 복잡한 현실에서 순수한 감정을, 거친 일상에서 섬세한 이야기를, 무거운 삶에서 우리의 얼굴 위로 스치는 미소를 찾아낸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미래를 향하는 이정표가 되듯, 이번 초대전이 거장의 작가에게 또다른 출발점이 되기를 작게 소망한다.
그리고 전시를 찾은 이들의 마음 위로, 《무게에 깃든 가장 섬세한 이야기》가 가뿐히 내려 앉기를.
큐레이터 신혜빈, 편집 이지수
참여작가: 한진섭
출처: 스페이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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