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 트래블 Trouble Travel

페리지갤러리

2022년 1월 7일 ~ 2022년 2월 12일

페리지갤러리는 2022년 1월 7일부터 2월 12일까지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1 《트러블 트래블 Trouble Travel》 전을 개최한다. 새해 첫번째 전시인 《트러블 트래블》 은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1공모를 통해 매칭된 기획자 유은순과 작가 정혜정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두 사람은 1년 동안 일시적으로 팀을 이뤄 예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였으며, 그동안 세계와 예술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다종다양한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고 함께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페리지갤러리는 물 속에 잠긴 세계로 가정되며 작업과 글, 가구 설치 등을 통해 인간-존재와 비인간-존재가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다각도로 그려낸다. 정혜정의 3채널 영상 <끝섬 End Island>(2021)과 관련 드로잉, 단채널 영상 <액체인간 Liquid Person>(2021)과 유은순이 정혜정의 작업을 메타적/미시적으로 접근한 7개의 글, 유은순과 정혜정의 작업을 재해석한 4개의 테이블로 구성된다. 

정혜정은 우리 주변의 비인간-존재에 대해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주체와 타자, 내부와 외부,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영상, 설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정혜정의 3채널 영상 <끝섬>은 이미 멸종된 동물들을 기억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인간-존재인 자신이 비인간-존재가 '되기'를 적극적으로 상상해본다. 작가의 신체를 멸종동물의 신체와 결합시키고, 이들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감각하는지를 느껴본다. <끝섬>이 세계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인간-존재와 비인간-존재의 공생을 상상한다면, 단채널 영상 <액체인간>은 몸 속 세계라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이미 비인간-존재가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선으로 이루어진 아이는 거시적인 차원과 미시적인 차원을 횡단하며 우리의 몸과 세계가 불가분하게 얽혀 있음을 암시한다.

유은순은 신체에 내재한 타자성에서 시작하여 사회적 소수성,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 등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에 의문을 제기하고 수행성과 되어가는 것에 주목한 전시를 기획해왔다. 이번 팀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는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얽혀있는 타자의 ‘몸’들을 알아가며 인간-존재와 비인간-존재로까지 관심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또한 정혜정의 작업에 메타적/미시적으로 접근하며, 일련의 글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재고한다. 유은순은 이번 작업에서 비평적인 글쓰기뿐만 아니라 시적, 소설적, 에세이적 문체를 빌어 (SF적) 상상력을 가미한 글을 쓰거나 실제로 지구라는 몸의 공유지대 안에서 어떻게 기후와 생물종이 변해왔는지를 살펴보는 데이터 자료, 기술문명의 발달로 뇌만 남게 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와 정혜정의 인간-동물되기 작업에 이입하는 글쓰기까지 주제를 종횡무진하며 경계를 가로지른다. 각기 다른 7개의 글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결을 보여주는 동시에 세계가 얼만큼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의 제목 《트러블 트래블》에서 ‘트러블(trouble)’은 도나 해러웨이의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 차용하였다. 헤러웨이는 비인간-존재를 구분짓고 통제하는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을 해체하고 다른 언어와 삶의 방식을 가진 복수종이 “부분적인 회복”과 “함께 잘 지내기를 위한 평범한 가능성”에 마음을 쓰며 ‘트러블과 함께 하기(staying with the trouble)’라는 개념을 제시한다.1 이는 일원화된 질서나 보편성을 반대하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다종다양한 존재가 얽히고 설켜 공-산(sympoiesis, 함께-만들기)하는 세계를 지향하며 존재들의 복수의 연결망을 생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실천적 함의를 포함한다.2 ‘트래블(travel)’은 페리지팀프로젝트가 일시적이며 함께하는 여정이라는 의미와, 비인간-존재-되기라는 노력이 기존에 구축된 질서를 버리는 과정이자 물리적, 심리적, 실천적으로 중심을 해체하는 과정이었다는 의미를 담는다.

코로나 19와 더불어 미세먼지, 에너지 위기, 식품 및 농업 위기, 플라스틱쓰레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삶의 곳곳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 유은순과 정혜정은 복잡한 세계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나의 몸이 다른 몸과 어떻게 얽혀있는지 감각하기 위해 촉수를 세우고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자 하는 여정에 관객을 초대한다. 한편, 코로나 19로 인해 별도의 오프닝은 없으며, 정부 지침에 따라 전시장 입장 시 접종 완료자 및 PCR 음성 확인서를 소지한 자에 한하여 관람이 가능하다. 설 연휴 휴관일 및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페리지갤러리 웹사이트 또는 SNS를 통해 추후 안내할 예정이다.

1. 도나 해러웨이,  『트러블과 함께하기』, 최유미 옮김, 마농지, 2021, pp. 21-22.
2. ‘트러블(trouble)’은 르완다어 tera+ubura에서 기원한 것으로서, 똑바로 선 것이 흔들리는 것, 평정심이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참여: 유은순(기획)·정혜정(작가)

출처: 페리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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