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비알라 개인전 Claude Viallat

조현화랑 달맞이

March 9, 2023 ~ April 23, 2023

조형적이지도, 기하학적이지도, 상징적이지도, 장식적이지도 않은, 모든 특성을 갖춘 형태. 프랑스 대표 작가 클로드 비알라가 1966년부터 지난 60여 년의 예술 활동에 걸쳐 지속해서 반복적으로 그려온 모호한 패턴이 이번에는 한국 전통 매체인 한지에 찍힌다. 다채로운 바탕 위로 당당하게 드러나던 패턴이, 고요한 한지 속으로 은은하게 머금어 들어갔다.

조현화랑은 3월 9일부터 4월 23일까지 클로드 비알라의 세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한지 시리즈 작품과 더불어 197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온 작가의 꾸준한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끝없이 반복되는 추상적 패턴이 특징적인 클로드 비알라의 작업은 표면의 물성이 색채를 끌어들이는 순간의 강렬한 만남을 구현한다. 어떤 것이 붓질이며, 어디까지가 표면이 빚어내는 예기치 못한 우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모순되는 두 가지 요소를 받아들이는 작가의 대범함은 단순한 패턴을 화려한 리듬으로 변주하는 창조로 이끈다. 표면의 중심부에서 반복을 시작하며 확장하는 색채가 물성과 연결되듯, 반복적인 형태는 작업의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엮으며 영원한 시간의 무한성을 향한다.

캔버스 천, 양탄자, 텐드, 커튼 등 다양한 바탕의 표면은 색의 척도를 다르게 부여할 수 있는 밑바탕인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새로운 것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비알라의 철학에 대한 표현이다. 그런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시도한 한지 시리즈는, 정련된 흰 표면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작업과 전혀 다르다. 물성을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한지의 속성 또한, 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겉에 머무는 아크릴 물감을 반복적인 형태와 함께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비알라 작업과 대비된다. 캔버스의 하얀 색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회화는 일찍이 프랑스에서 마티스가 시도한 바 있다. 마티스의 색채 해방을 계승하면서, 기존의 회화를 해체하려고 시도했던 비알라가 한지 시리즈를 통해 하얀 바탕에 대한 재해석의 숙제를 비로소 마친 셈이다.

전시는 한지 작업과 더불어 1970년대 후반의 작품부터 최근까지 45년여에 걸친 작업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회고전의 성격을 가진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표면이, 작가가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표면 위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색을 입히며 작가 주관성의 거부를 표현함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기존의 것을 넘어서고, 동일한 것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창조로 이끌어 왔는지 실감하게 한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은 세대로서 회화의 해체를 통해 예술을 새롭게 구상하는 것에 참여한 클로드 비알라는 모더니즘 예술의 마지막 주연 중 한 명으로,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마티스를 수용한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1970년대 프랑스에서 결성된 전위적 미술단체인 ‘쉬포르/쉬르파스’의 창립멤버로, 전통적인 회화의 표현과 매체를 전복시키는 방식으로 후기구조주의에 참여했다. 당시 프랑스 화단을 지배했던 추상회화로부터의 탈피를 주창했던 ‘쉬포르/쉬르파스’는 지자체/표면이라는 뜻이다. 회화가 주는 모든 허상을 부정하며 회화 그 자체에 의미를 두었으며, 회화를 둘러싸고 있는 불순한 요소들을 제거하려는 노력으로, 서명, 제작일자, 제목 등도 일체 포기했다.

비알라는 캔버스의 나무틀을 떼어버림으로써 기존의 회화 매체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꾸었으며, 산업용 타폴린 작업을 시작으로, 추상적인 패턴을 끝없이 반복해 나갔다. 스텐실 기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색상과 표면에 재현되는 모티브를 통해 작품의 주제라는 개념을 없애고, 창조적 행위 자체에 대한 의미와 작품의 존재론적 지위를 탐구하는 작업을 오늘날까지 지속해오고 있다.

“1960년대 말, 사람들은 회화가 죽었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림을 바꾸는 것을 시도했다. 아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회화가 정말 죽었다면, 우리는 회화의 역사 끝부분에 있다. 따라서 회화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 나는 그림 그 자체를 분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출처: 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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