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 C-R-A_C-K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2020년 10월 17일 ~ 2020년 12월 31일

“중국의 표의문자는 천상의 흐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신탁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오버레이』 루시 라파드 지음, 윤형민 옮김. 현실문화연구 124쪽

‘독흑리(禿黑狸)’는 한국 전설에 전하는 괴물 중 하나로 <해동고승전>에는 ‘독흑리’로 <삼국유사>에는 ‘칠한 것처럼 까만 여우’로 등장한다. 독흑리는 온 몸이 새까맣고 머리에 털이 없으며 3,000세 이상 장수하면서, 사람보다 지혜로워 앞일을 내다볼 줄 안다. 

“신령스러운 것으로 사람에게 환상을 보여줄 수 있으며 동산을 무너뜨려 사람과 집을 흙에 묻히게 만들기도 한다. 삶에 대한 깨달음을 간절히 원하기도 한다. 깨달음을 얻으면 기력을 다해 죽는다.(중략) <해동고승전>의 원광법사 이야기 대목의 <독흑리>에서 독흑리가 자기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을 때 원광법사에게 보여준 모습은 매우 거대한 사람의 팔 모양이었다 한다. 크기가 아주 커 하늘 위 구름을 뚫을 정도다. 팔 부분만 보이기 때문에 다른 부위의 모습이 있는지 없는지는 명확치 않다.” -『한국괴물백과 워크룸』 137쪽

불안은 마치 독흑리처럼 우리에게 팔 부분만 보여줄 뿐이지 결코 전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일상을 흔드는 작은 균열로 인해 생긴 불안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절망감과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욕망의 지점을 서성이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이런 미세한 균열 즉 ‘크랙’으로 촉발된 불안의 정서와 징후를 감지하는 인간의 본능, 불안을 다스리고자 했던 일종의 문화적 상징과 패턴을 들여다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가 일으킨 판데믹은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의 불안을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불안’을 어떻게 해독하고, 극복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한 공동과제(Comon Talk)를 껴안게 되었다. 

이번 전시 <크랙>은 불안의 표지, 불안에 대한 추측과 해석, 불안을 느끼는 심리적 공간, 인간의 운명, 불안으로 인해 생겨난 보이지 않는 언어 등 불안의 지속과 편재에 대해 사유해볼 것을 권한다. 이번 전시명 ‘크랙’은 불안을 예민하게 느끼는 ‘감지자’들의 시선에만 보이는 미세한 틈이나 금인 ‘크랙’에 집중했다. 권아람, 박지원, 신지혜×심현정, 연수, 오재웅, 유리 미아우치(Yuri Miauchi,일본) 등 7명의 작가들은 연관성 없는 시대와 장소에서 불안의 속성, 불안의 징후, 불안의 파편을 주워 개인, 사회, 자연,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오로지 직감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균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시는 유리로 이루어진 미디어 세계와 인식과 감각의 세계의 균열을 조망한 권아람의, <투명한 사물들>(2019)로 시작해, 연수의 손으로 꽉 쥐었다 놓은 흙을 구운 후 쌓아서 탑을 만든 뒤, 전시 공간 중앙의 턴어라운드 월을 덧대고, 동시에 해체하는 설치를 한 <아기의 애도, 차라투스트라의 손>, 박지원의 부적으로 쓰이는 호랑이에 관한 아이콘을 재해석한 <호벽사입체부적(虎辟邪立體符籍) 2020>과 풍물시장에서 구매한 12지신 찻잔 세트를 재해석한 <12열화(烈火)>(2019), 황학동 시장에서 구매한 호랑이 담요를 회화로 재현한 <산신>(2019), 가상의 몰글 부족이 월식과 태양이 3개로 뜨는 환일현상 등 자연현상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의 불안에 대한 기원을 담은 신지혜의 짧은 소설 텍스트와 낭독+심현정의 사운드 디자인 <G10355>(2020),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의 경계, 그 위에서의 불안에 관해서 포착한 <흔들림 : 지속의 순간>, 자신의 만성 질환 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표현을 전개하는 <레드라이프(Red Life)>(2018)시리즈 중 한 점과 밝고 즐거운 축제인 하나비의 풍경과 고통받는 오징어의 모습, 오징어를 쥐어짜는 인물을 담은 사진연작 <티징 스퀴드 위드 하나비(Teasing Squid with HANABI>(2014)로 이어진다.

참여작가: 권아람, 박지원, 신지혜×심현정(팀), 연수, 오재웅, 유리 미아우치(Yuri Miauchi, 일본)

전시기획: 천수림 언주라운드 부관장 
전시진행: 박은정 큐레이터
주최: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후원: (주)케이피유어스, ANC 건축사 사무소, 파인아트

출처: 언주라운드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전시

돌로레스 마라의 시간: 블루 Dolorès Marat: L’heure bleue

2024년 3월 8일 ~ 2024년 6월 7일

얄루, YALOO

2024년 3월 22일 ~ 2024년 6월 23일

조영주 개인전: 카덴짜

2024년 3월 8일 ~ 2024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