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스 colors

이안아트스페이스

2019년 7월 1일 ~ 2019년 8월 27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색을 지니고 있으며 색은 이 세계를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다. 빨간색, 파란색 등과 같이 고유명칭을 부여 받은 색은 하나의 기호로서의 역할을 해나가지만 관념 속의 색상이 개 개인별로 다르다는 점에서 각 단어가 지칭하는 색이 포괄하는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또한 빛에 의해 우리의 눈에 드리워지는 색은 매 순간 변화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모든 색상들을 언어화함을 통해 분류 및 정의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특성을 지닌 색은 작가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조형요소이자 끊임없이 사유해야하는 대상으로 오랜 시간 자리매김하고 있다.

각각의 색은 고유의 상징성과 힘을 지니고 있으며 같은 색이라고 해도 작가들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톤과 분위기가 존재한다. 특정 색을 선택한 작가의 개인적인 취향도 알고 보면 그가 나고 자란 환경에 영향을 받았거나 당대의 시대적인 조건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적도 많다. 색의 상징성을 주목하여 색의 의미를 작품으로 빌려오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색의 상징성을 부정한 채 시각적인 효과만으로 혹은 철저히 무관심한 상태에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이건 작가들의 작품 제작에 있어 ‘색’은 형태와 의미 사이를 연결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에 초청된 다섯 작가들은 원로 작가 오승윤, 도예작가 박수지, 독일의 개념작가 B.D. Graft, 회화작가 안현정, 디자인 그룹 해턴으로, 드로잉, 꼴라쥬, 판화, 도예,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색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펼쳐 보인다. 

오승윤은 오방풍수의 화가로 불리며 한국인의 정신과 본질을 색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오방색은 한국의 전통색으로서 황색, 청색, 백색, 적색, 흑색을 뜻한다. 다섯 가지 색상을 바탕으로 세상의 원리를 표현하고 자연과 생명의 조화를 작품 속에 담아낸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름, 새, 나무, 물고기, 집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강렬하지만 조화로운 색채와 단순화된 형상은 삶의 생동감을 전한다. 

박수지는 도자를 통해 색을 연구한다. 도자작업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 작가이다. 도자는 흙의 종류, 가마의 온도, 유약농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이 발현되기에 원하는 색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다른 재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작가는 수 없는 실험을 통해 흙, 불의 온도, 유약의 농담과 겹침을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색 톤의 조각을 마치 팔레트처럼 만들어내고, 이를 다시 집약시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멀리서 작품을 바라보면 푸른색의 단색화 같으나 가까이 다가가 찬찬히 바라보면 각각의 조각들마다 다른 색상과 얼룩들을 품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색을 통해 모두 다르지만 하나로 보이는, 하나인 것 같지만 조금씩 다른 색의 조화로운 변화가 두드러진다. 

B.D.Graft는 색을 개념적으로 활용하는 작가이다. 작가들이 특정한 색을 사용할 때 보통 그 색의상징성을 활용하지만, 그라프트는 이와 반대로 다른 색에 비해 주목도는 높으면서도 상징성은 약한 옐로우를 선택한다. 기존의 모든 것들에 노란 색을 칠한 조각을 붙임으로써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노란색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활용하기보다는, 노란색을 칠했다는 그 자체를 의미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개됨으로써 강력함을 확보한다. #addyellow 해쉬태그를 붙인 그라프트의 프로젝트는 모든 노란색의 의미를 중화시키고 그라프트의 노란 색으로 인식시켜 버린다. 이것은 “누군가의 작업물 위에 자신의 손길이 더해졌을 때 이는 과연 누구의 작품인가?”에 대해 스스로 그리고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안현정은 색을 활용하여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화면에 담아낸다.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 있어 언어가 갖는 한계가 있으며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전달하기는 더욱 어렵다. 작가는 외국생활 속에서 겪은 소통의 어려움을 붉은색, 푸른색 등 다양한 색상들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를 구축해 나갔다. 기하학적 형상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형태와 배경을 모호하게 만든다. 형상이 곧 색이고, 색의 느낌이 곧 메시지가 된다. 종이 위에 오일파스텔을 이용해서 그린 드로잉 연작은 색이 우리의 감정과 얼마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를 매력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해턴의 화병은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순간의 포착을 중요시 여겼던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관점과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디자인 된 제품들이다. 빛의 변화에 따라 동일한 대상이 다른 색상을 품게 되듯 같은 형태를 지닌 물체도 색상에 따라 완전히 다른 대상으로 느낄 수 있음을 멜로우콜렉션 화병을 통해 경험하게 해준다. 아크릴에 그라데이션 기법을 활용해 염색함으로서 하나의 색상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톤 변화와 더불어 다른 색상을 만났을 때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해턴의 리빙제품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고하신 오승윤 화백님에서부터 30대의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색’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어우러지는 색의 장을 펼치는 자리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색에 대해 접근해나가는 5명의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 기간 중 매주 “색으로 보는 문화와 예술”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참여작가: 오승윤, 박수지, 안현정, B.D.Graft, HATTERN

출처: 이안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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