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다 개인전 : Miss All That Heavenly Glory

위켄드

2019년 10월 25일 ~ 2019년 11월 17일

이미 빠진 이가 흔들리는 기분이다.

편의를 위해 세계를 현실적인 것과 현실적이지 않은 것으로 과감하게 구분하자. 현실적이지 않은 것들, 꿈이나 가상, 허구 같은 것들은 현실적인 것들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어느 정도는 현실일 법해야 조금 더 현실적이지 않은 속성을 획득하기 쉽다는 말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것에는 적절한 수준의 현실적인 것들이 함유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은 것들은 오히려 그럴싸함과 있을 법함을 잃는다. 결국 현실적인 것과 현실적이지 않은 것은 상호 존재를 기반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최이다의 첫번째 개인전 《Miss All That Heavenly Glory》는 그간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이라는 두 항의 사이를 꾸준히 탐구한 결과를 영상과 설치로 다룬다.

두 항 사이에서 현실적인 것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사라지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것은 현실적인 것의 존재를 부풀리거나 가리기도 한다. 코끼리 상아는 앞으로 ‘예전에는 그런 것이 있었대’의 ‘것’이 될 것이고,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의 ‘게’는 야간 동물원이 된다. 흑조의 명성을 따라 갈 수 없던 백조는 자신을 증언하기 위해 납덩어리보다 무거운 눈꺼풀에 힘을 준다. 작업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허풍 같거나 허무맹랑하다. 그러나 그러한 요소들은 오히려 두 항을 잇는 최초의 변곡점으로 작동한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서 소매치기의 손으로, OS의 골다공증이 스위스 치즈로 넘어가는 힘은 맹랑함에서 온다.

맹랑함은 작업의 전체적인 어조와 태도를 관리하기도 한다. 작업 내에 등장하는 어른, 부모, 스승 같은 단어들은 말하는 사람이 최소한 성숙한 상태에 이르지 못했거나 이르고 싶어 하지 않는 누군가라는 암시를 준다. 이 누군가는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사이 흐르는 기류에 몹시 예민하다. 포착된 단 하나의 글자를 경유하여 곧바로 다른 풍경을 상상하는 것은 예민함을 보장한다. 이 예민함은 자막에 의해 화면에 소환된 영화 감독의 독특한 태도로 이어지고, 이 태도는 인터넷을 떠노는 감성 글귀, 감성 이미지의 태도로 이어진다. 외롭지만 외로움을 즐기지는 않는다는 말은 다시 성숙에 이르지 못한 특정 시기나 때를 연상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수집되고 이어붙여진 조각들은 어떠한 방향성을 지니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조각들은 화면 안에서 무한히 부팅만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헛소동들이 현실의 시간과 공간에 맞붙을 때 발생하는 기묘한 미끄러짐이 스크린 밖으로 흘러넘친다.

글: 김나현

출처: 위켄드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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