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련 개인전 - while True: do /virga

온수공간

2020년 9월 24일 ~ 2020년 10월 17일

기하급수적 성장을 설명하는 지수 성장 모형은, 신도시가 대도시가 되어 인구 성장이 한계에 이르고, 반도체의 성능이 이전처럼 24개월마다 2배로 개선되지 않는 시점에서 더욱 엄밀한(혹은 절충적인) s자 형태로 수정됩니다. 이 그래프에는 가상의 상한선 K가 설정되고, 그 값에 가까워질수록 성장의 속도가 떨어진다고 보지요. 이렇듯 지수 성장 모형은 현실의 속도와는 다소간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이 시작되고 그 진행이 전례 없는 속도로 가속하는 것을 바라볼 때 언제든지 다시금 동원되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 백만 뷰 콘텐츠의 조회 수나 초기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K 지점에 이를수록 증가율이 둔화하는 S자형 곰페르츠 방정식이 아니라, 상승 곡선으로 뻗어 나가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다시 필요해집니다.

상수 K가 없는 지수 함수의 세계는 그 무엇도 은유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무엇도 은유적이지 않다는 것은, 매 순간 현실이 픽션을 초과하는, 가능성이 가능성으로만 남아있을 가능성의 회수를 뜻합니다. <while True: do /virga>는 땅에 닿기 전에 증발하는 적운인 미류운(virga)의 운동, 그리고 가속주의와 관련된 6편의 글을 실은 단행본 『K-OS』을 통해 이러한 속도의 감각이 불러일으키는 심상을 더듬어봅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자기 차례가 오기도 전에 먼저 내질러진 돌림 노래, 또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에 시작되는 공명의 심상입니다. 결국 무한 루프를 중지하기 위해 손끝으로 내리쳐야만 하는 키보드 입력, 즉 지면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향하는 비가 아닌 다른 방식의 강수 형태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가소개
최보련(b. 1993)은 단체전 <If not, not>(keepintouch, 2018)과 <구부러진 안팎>(탈영역 우정국, 2018)등에 참여했다. 매체연합을 통해 증폭된 정념이 고해상도의 소음으로 드러나는 순간을 관찰한다. 노뉴워크(nonewwork)의 동료들과 『재-관람차』(2019)를 함께 썼다.

연계 출간물: 『K-OS』, 미디어버스, 2020

포스터 디자인: 주한별
설치: 구재회, 최희정
도움: 콩고기, 서울이노베이션팹랩
후원: 서울문화재단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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