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현 개인전 《쪽》은 ‘보호’와 ‘통제’가 맞물려 작동하는 사회 구조의 복합적인 속성을 탐구한다. 작가는 사회가 ‘살기 위한 자리’를 어떻게 설계하고 규제하는지에 주목하며, 상반된 개념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유지되는 구조의 역설을 드러낸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다뤄온 ‘바닥(Ground)’은 단순한 물리적 지지체가 아니라, 인간이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과 제도, 관계의 총체를 가리킨다. 조주현은 이 ‘바닥’이 결코 견고하지 않음을 전제로, 그 유동적인 형태를 더듬으며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의 지형도를 다시 그린다. 주로 영상 매체를 통해 펼쳐지는 그의 시도들은, 역설적으로 세계의 해상도를 높이며 ‘바닥 없음(Groundlessness)’의 감각을 사유하게 한다.
전시의 제목 ‘쪽’은 입맞춤의 의성어/의태어이자, 영상 〈쪽〉(2025)에 등장하는 금개구리의 울음소리 ‘쪽쪽’에서 착안되었다. 작품은 대체서식지로 옮겨진 금개구리의 보호·관찰 사례와 제천시로 재이주한 고려인의 사례를 교차해 보여주며, ‘보호’와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사회의 모순을 가시화한다. 금개구리의 생태 보전이나 고려인 정착 지원이라는 명분은 모두 생명과 공동체를 위한 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생태 파괴나 인구 정책 등 통제적 논리가 겹쳐 있다. 작가는 이 모순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선의’를 품은 이들의 시선과 실천을 함께 포착하며, 진정한 ‘보호’의 의미를 묻는다.
영상 〈쪽〉과 등을 맞대고 자리한 동명의 설치 작품은 영상의 타임라인 패널과 실제 문헌—멸종위기종 서식지 관련 특허증, 제천 고려인에 관한 연구 논문—을 재료로 구성된다. 문서들은 영상의 흐름과 리듬에 따라 배치되며, 시간의 지속과 단절을 시각화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관념적 시간이 아닌 물질적 시간과 그 구성, 즉 ‘듀레이션(duration)’의 개념을 드러내며, 관찰과 발견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공간적으로 체현한다.
작품 〈Mapping〉(2024)은 청각 장애를 지닌 동료 작가 홍세진과의 협업으로, 인공와우를 매핑하는 과정과 두 사람이 함께 소리를 채집하는 여정을 담는다. 듣는 주체 안에서도 통일되지 않는 ‘소리’를 통해 작가는 사회가 규정하는 신체적 정상성의 기준을 되묻고, 감각의 고유성과 불완전함을 긍정한다.
전시 《쪽》은 서로 다른 존재와 사안들이 이따금 맞닿고 빠르게 흩어지는 장면들을 입맞춤의 이미지로 비유한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닮은 구석이 있는 사건들은 상반된 힘들이 서로에게 기대며 유지되는 사회의 구조적 아이러니를 비춘다. 작가는 그 복잡한 얽힘 속에서 개인의 욕망이 어떻게 구조를 생산하고 동시에, 그 속에 포획되는지를 시각화한다.
주최/주관: 조주현
기획: 박서영
그래픽 디자인: 김경수
미디어 설치: 올미디어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5년 4월 15일 ~ 2026년 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