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

아마도예술공간

2022년 4월 22일 ~ 2022년 6월 2일

예술이란 장르에서 더 이상의 새로움은 기대할 수 없다는 종언은 만연해 있다. 무한한 새로움을 지향하는 강박적인 현대사회는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구분하고, 자기 자신마저 낡은 것으로 뒤로(post) 보내야만 ‘새로움’을 진정 새로울 수 있게 하였다. 리오타르의 말장난처럼 말이다.1

올해로 9회를 맞은 아마도예술공간의 연례행사인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은 작품의 창작 및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담론에 주목하는 전시를 만들고자 2013년 아마도예술공간의 개관전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지난 8회까지는 아마도예술공간 운영위원회의 추천으로 기획자와 작가가 매칭되어 전시를 둘러싼 담화가 중심이 되어왔다. 올해 9회부터는 지속적인 교류가 밑바탕이 되는 팀 공모를 통해 전시 프로토콜이 탈각된 자리에서의 담화, 즉 기획자와 작가라는 역할에서 벗어난 전시장 바깥의 담화까지 공간으로 이끌어와 내용의 변형이 아닌, ‘형식의 전복’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 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와 큐레이터 김현아×김지영, 박윤주×오정은, 이도현×모희, 최윤희×김재연은 전시공간과 그 바깥의 시/공간적 관계를 진화시키며 독자적이고 유일한 가능세계를 펼쳐 보인다.

우리는 시각예술의 대상에 시선을 두며 재귀적으로 사고한다. 익숙한 세계를 지각할 때 우리는 빠르게 스캔할 준비가 되어있고 무언가를 결정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식의 세계는 우리가 일시적으로 지나쳐가는 상황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인식하여 기존의 정보와 새로운 정보의 차이를 만들고 이후의 정보를 ‘새롭다’라고 받아들이며 기준이 되는 시간선을 생성한다.

이러한 의식의 체계와 비교해서 대화는 극도로 느리게 시간을 들여 기호가 변형되는 사건들의 연속을 축적한다. 대화는 이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발화(내부)와 정보(외부) 사이의 구별을 재생산하면서 이 둘을 조합해낸다. 예술로 하여금 세계를 재현케 하고, 예술이 이상적인 형식 안에서 지각될 수 있도록 하며, 그리고 즉각적으로 지각되지 않는 정보가 가진 새로움이라는 속성을 제공하도록 한다. 

아마도애뉴얼날레에서 기획자×작가들은 서로의 공간적 차이를 이용한다. 나(내부)-경계-이외의 것(외부)의 복합이 이루어지고, 이 복합이 부유하는 전체 공간을 생성시킨다. 내부와 외부, 그리고 공동의 경계. 이들이 생성하는 전체의 공간은 언제나 동시적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공간적 차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차원에서의 공간이라기보다 비선형적이고 산발적이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객체들의 엮임으로 발생하는 경계와 그로 인한 비물질적 공간에 가깝고 미처 발화되지 못한 이야기와 정보의 수만큼의 경계는 확장된다. 

동시에 시간의 차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기존의 작업이 귀속되어 있던 맥락을 뒤로하고 새로운 서사에 편입되며 발생하는 전후의 관계가 중심이 되어 차이를 자아낸다. 지금 전시장에 현현한 작품, 과거 그 배후에 있었을 더 큰 시간은 우리의 상상력을 복돋아 준다. 이는 상상력이라기보다는 작품에 압축되어 있던 것이 관객의 경험과 감각, 이성으로 인해 해동되어 느껴지는 것에 가까다.

‘목하진행중’이라는 부제가 의미하듯 아마도애뉴얼날레는 전시의 준비와 시작, 끝의 경계를 허물어버림으로써 내밀한 과정을 드러내고자 하며, 전시를 중심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성되기를 기대하는 전시이다. 그렇기에 전시로서의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평과 담론에 초점을 맞추며 작품의 창작에서 전시까지 발생하는 다양한 맥락을 가시화하고자 했다. 

당연히 이러한 과정들은 ‘한번 보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에게 자극을 주거나 작품에 대해 고민하도록 계기를 마련해 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명료함이 아니다. 예술작품이 미리 결정한, 혹은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한한 의미를 모색하게 하는 자극이다. 지금까지 동시대 미술에 있어 이러한 과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정신적’ 과정으로 해석되었으나 이는 대화를 은유적으로,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며 ‘과정’은 결국 예술 창작의 ‘오브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점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또한 연계 프로그램 〈아마도애뉴얼날레 난상토론〉을 통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존의 비평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전시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비평의 장으로 끌어내고자 한다. 미처 드러나지 못한 ‘처음으로 계획된 유일한 세계’가 모두 표현되기를 기대하는 것, 끊임없이 토론하며 경계와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 영원히 회귀하며 시간의 층을 쌓아나가 차이를 만드는 것, 담론들과 비평의 활성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 이 춤을 멈추지 않는 것이 언제나 그랬듯 아마도애뉴얼날레를 새롭게 할 것이다. (글. 박성환 아마도예술공간 디렉터)

1. “어떤 작품도 우선 포스트모던해야만 모던할 수 있다” Jean-Francois Lyotard(1924~1998), 『포스트모던 조건 La Condition Postmoderne』, 민음사

참여 작가×큐레이터
김현아×김지영
박윤주×오정은
이도현×모희
최윤희×김재연

디자인: 일상의실천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공간지원

출처: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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