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기획자의 협업은 동시대 미술의 주요 현상이자 실천이다. 작가의 재능과 예술적 집념을 지지하는 기획자의 역할뿐만 아니라 기획적, 미술사적, 이론적, 비평적인 차원에서 담론을 끌어내는 기획자의 역할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은 작가와 기획자가 협업하여,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야기와 담론에 주목하고, 비평적 시선을 더하는 전시이다. 2013년 개관전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형식이나 절차상 일정 정도 변화는 있었지만 작가와 기획자의 협업 기조를 유지해왔다. 《제10회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획자와 작가 팀 공모를 진행했다. 기획자의 기획성과 작가의 작품성뿐 아니라 이들의 유기성을 고려하여 라킴(작가)×안재우(기획자), 이유경(작가)×이선주(기획자), 이유진(작가)×이소라(기획자), 정승규(작가)×남은혜(기획자)가 선정되었다. 한 팀을 제외한 세 팀은 기존 기획안의 공간과 달라졌음에도 프로젝트 개념을 틀지 않는 범위에서 구성 방식을 새롭게 했다. 기획자와 작가들은 기획과 개념을 세우는 일에서부터 작품과 전시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담론과 조형적 고민을 나누는 일, 실현할 수 있도록 진척하는 일 등 각자의 역할 안에서 조율하며 공동의 전시를 만드는 일에 매진했다.
각 팀이 전시를 운용한 방법이나 방향, 목적이 같지 않았다. 매체나 주제에 대한 지금의 관심이 떠오르기도 하고, 작가의 작업을 되돌아보며 그것의 정체를 재정의하면서 특정한 요소를 끌어내거나 새로운 상상력을 동반하는 등의 기획을 통해 작업들의 새로운 국면을 드러낸다. 라킴×안재우는 디지털 이미지와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던 작가의 현재적 고민이 공간의 특수성과 만나 영상, 장소특정적 설치, 판화로 전개된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의 수동적인 수용을 넘어 자연의 생명성, 인간의 의지와 같은 능동적 해석을 통해 감각의 가능성을 새롭게 실험한다. 이유경×이선주는 작가의 이전 작업을 되돌아보며, 작업의 근간이 되는 개념 혹은 키워드를 되짚어 기존의 조각과 설치 작업을 중심으로 그와 연결된 신작을 공간에 새롭게 배치한다. 디지털 미디어와 기기를 통한 타인과의 만남부터 일상적인 일들, 그 경험들로부터 파생된 조형적 상상력은 여러 재료적 실험을 거쳐 직관적으로 구현된다. 이유진×이소라는 삶의 다양성을 더듬기 위해 시간을 감내했던 작가의 자기 고백적인 퍼포먼스와 그 기록물로서의 영상을 잠시 접어 두고, 의미와 무의미,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을 규정하는 통념을 성찰한다. 사진과 설치, 오브제의 구현을 통해 기록을 넘어서는 조형 언어의 갱신을 시도한다. 정승규×남은혜는 역사에서 잊혀진 사건이나 인물을 모티브로 다의적 서사를 구성했던 기존 영상에 대한 개념적인 아카이브를 제시한다. 작업 과정이나 결과물에 내재해 있던 세계관을 추출하여 상실된, 폐허의, 살아있는, 초현실적인 미래와 같이 중첩된 시간 개념을 조각과 구조물, 사진으로 구현한다.
아마도애뉴얼날레는 주제전이나 기획전이 아니기에 작가마다 작업 단계에서의 형식적이고 형태적인 어떤 국면을 포착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작가들의 작업에는 동시대와 사회의 여러 현상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배면에 자리하고 있고, 그들이 경험하고 관찰하고 사유한 특정한 모습은 개별적인 조형 언어에 내재해 있다. 기획자들은 작업과 작품의 결을 읽고, 해석하여 개별성을 보편의 언어로 만들고, 어떤 틀로든 사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처럼 이 전시는 작업 형식과 전시 형태를 매개로 서로에게 내재해 있던 것을 필연적으로 끌어낸다.
참여 작가×큐레이터: 라킴×안재우, 이유경×이선주, 이유진×이소라, 정승규×남은혜
디자인: 강문식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공간지원
전시 연계 프로그램
<제10회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_난상토론>
일시: 2023년 10월 7일 오후 2시
참여자: 제10회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 참여작가×큐레이터 4팀, 아마도예술공간 운영위원회, 초청 미술 전문가, 관객
장소: 아마도예술공간 세미나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4길 8)
참여 신청: 링크를 통한 인터넷 접수(차후 아마도예술공간 홈페이지 및 SNS 참조)
출처: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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