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 개인전: One Way

상업화랑 을지로

2021년 4월 14일 ~ 2021년 5월 16일

섬세한 시선으로 일상을 관찰하며 묵묵히 주변 풍경과 사람을 주제로 작업하는 정지현 작가의 개인전 《One Way》는 놀이터와 산책길을 흑백으로 기록한 풍경들로 구성되었다.

한국화를 전공한 정지현은 한지에 목탄으로 작업하며 천연색의 사용을 절제해 왔다. 목탄은 여러 면에서 절제된 재료다. 흑백의 대비로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으나 세부적인 묘사를 하기에는 까다롭고, 쉽게 지우거나 우연적 효과를 연출하기도 어렵다. 목탄의 이러한 조건은 묘사를 즐겨하는 작가에게는 오히려 묘사에 매달리기를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리하여 나름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이 된다. 작가는 이처럼 스스로에게 부여한 제한된 조건 안에서 집요한 관찰과 묘사를 해내는 묵묵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는 “선택적으로 보이는 시간”인 밤을 그려보고자 했다. 밤의 어스름한 빛은 선택된 대상에 보다 집중하는 주관적인 시선을 가능케 한다. 정지현의 밤 산책길 풍경에는 익숙하지만 반복되지 않는 그날의 시공간, 그날의 감정이 담겨 있다. 밤 풍경은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 안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듯하고,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순간에 주목하게 한다.

밤을 바라보고자 했던 작가는 그 속에서 “다가가고 싶기보다는 회피하고 싶은” 감정을 발견한다. 어른이 되어 밤 산책길에 방문한 놀이터는 익숙함보다는 생경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놀이터의 기구들은 저마다 건조한 하나의 사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동전을 갈구하던 오리모양 놀이기구와 소라껍질처럼 꼬여있는 미끄럼틀은 기괴한 생김새와 같이 적막한 밤의 정령처럼 보이기도 한다. 밤의 빛 아래에서 정답은 없다. 색채 없이 묘사된 장면들은 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제거하며, 다만 조용히 작가의 시선에 집중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참여작가: 정지현

출처: 상업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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