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현 개인전 : 굴절과 반사

예술공간수애뇨339

2020년 6월 12일 ~ 2020년 7월 8일

작가 노트

오래전 무더운 날씨 속에 덜컹거리는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할아버지 장례식에 도착했다. 그 당시 낯익은 도시에서 낯선 시골로의 이동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 매우 긴 심리적 거리를 느끼게 했다. 마치 중국의 시인인 도연명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등장하는 무릉도원에 이르는 것처럼 서로 다른 시공간으로의 낯선 여정과 같았다. 세월이 느껴지는 시골집은 개량 한옥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집의 안과 밖의 접경인 대문은 새로운 세계와 접한 경계이자 또 다른 공간으로 진입하는 통로였다. 그 커다란 문을 지나 안마당으로 들어서면서 처음 본 것은 살아있는 돼지의 목을 시퍼런 칼로 잘라내고 있는 광경이었다. 그 순간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매스미디어가 쏟아내는 수많은 이미지들로 둘러싸인 이미지 과잉의 세상에 살고 있다. 정상현 작가는 이런한 현실 속에서 이미지의 축적과 병렬에 관심을 갖고 가상과 현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그 어느 때보다 유래 없이 변화무쌍하고 가변적인 흐름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지와 이미지를, 이미지와 현실을 무한히 연결 접속시킴으로써 또 다른 물리적 현존으로 자리하는 프레임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기에 여러 이미지 스스로의 다양하고 묵직한 존재 양태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전한다.

이미지들이 쌓이면, 혹은 이미지들이 서로 병렬적으로 무한히 접해지고 그렇게 프레임과 프레임이 만나면, 그 경계선들이 무한히 엷어지고 결국은 없어지게 되면, 이미지의 공간은 실재 현실의 공간을 이루게 된다. 다시 말해 개별 이미지를 분리시키고 한정시키면서 경계가 되는, 그런 프레임의 차원이 없어지게 되면서 새로운 현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 <삼각형 세 개>는 커다란 알루미늄대로 고정된 갈대발이 360도로 회전하면서 현실의 3원색이 서로 겹쳐져 이질적인 색으로 둔갑하며 나타난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굴절과 반사로 인해 색으로 시각화되듯 3원색의 회전은 무지개 색을 보여주는 일곱 개의 방으로 이어진다. 작품 <일곱색깔 무지개>는 ‘방속의 방’으로 현실과 가상의 시각적, 심리적 경계를 허물며 다른 시공간으로의 낯선 여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들은 현실 세계로부터 주체를 분리시켜 현실 밖에서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출처: 예술공간 수애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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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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