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하느님은 흙으로 인간을 만들었고, 그 인간들은 다시 흙으로 그릇을 만들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지금의 나는 그 흙으로 그 무엇을 만들 것인가? 알랭 드 보통이 나의 작업에 대해 쓴 글에서 깨어지기 쉽고 단단한 소재로 휘어지고 유연한 대나무를 표현했다고 썼다. 그러나 나는 다루는 재료가 깨어지기 쉽고 단단한 재료인 줄 절실히 느끼지를 못했다. 그 것은 작업실 안에서의 흙은 부드럽고 유연하며 다정한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내 작업을 비평하는 대부분은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경계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평면처럼 보이는 입체를 다시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미지나 글이 없는 종이는 빈 것이 아니라 담아낼 준비가 끝난 그 어떤 것으로 느끼곤 한다. 8mm 두께의 평평한 판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탐구, 다른 재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을 찾아보려 길을 가는 중이다. 도자기의 표면은 색이 아니라 빛깔(고정된 색이 아니라 빛에 의해 늘 변하는 빛깔)이다. 흙으로 구워낸 종이 모양의 판은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다른 보조재료 없이 그 형태를 영구적으로 지속 시킬 수 있다) 부드러운 흙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오는 모든 우연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오늘도 마음을 청소하며 정리해 본다. -작가노트
이승희(b.1958)
이승희는 1993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약30여년간 도자기작업부터 정형화된 오브제 작업, 그리고 비정형화된 도자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도자의 형태, 물성, 색상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2008년부터17년간 중국 징더전(Jingdezhen)에 거주하며 공예의 영역이자 3차원적 생산물인 ‘평면도자 회화’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국내외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작가는 ‘평면도자Tao시리즈’를 통해 도자기의 기능성을 과감히 배제하고, 회화적인 감성을 도입하여 도자의 색과 선이 지닌 조형적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실용성을 넘어 예술적 조형물로서 도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이 시리즈는 입체적 평면, 시공간적 결합, 동서양의 조화 등 다양한 예술적 요소를 아우르며, 통섭의 시대정신을 담은 새로운 도자 담론을 제시한다.
이승희는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2021 베니스건축비엔날레 연계 전시 등에 참여했으며, 영국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 프랑스 베르나르도재단(Bernardaud Foundation), 미국 알 파운데이션(Al Foundation), 홍콩아트센터(Hong Kong Art Center) 등 해외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그의 ‘평면도자 회화’는 한국의 전통 도자 공예를 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한 독창적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여 작가: 이승희
주관: 우민아트센터
후원: 우민재단
출처: 우민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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