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현 개인전: 가늘게 흐르는

공간:일리

2021년 11월 20일 ~ 2021년 12월 3일

“이사라는 게 참 진 빠지는 일이에요”

올해 초여름, 현의 이사를 도우면서 나누었던 이야기이다. 현은 서울에 와서 6번의 이사를 경험했다고 한다. 나도 부산을 떠나 19번의 이주를 겪어봐서 그의 힘든 심정을 백번 이해한다. 서울에서 자라난 친구들은 밖에서 술을 진탕 마셔도 돌아갈 가족의 집이 있지만 나나 현처럼 타 지방에서 서울로 와서 자취를 하는 사람들은 술에 취해도 챙겨줄 사람이 없다. ㅎㅎ 그래서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긴장감으로 버티는 상황이 술자리에서 모두를 챙기는 배려와 같이 보일 때도 왕왕 있다. 

(중략)

그리고 현을 지켜보고 있으면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아 나의 곁에 있는 ‘금호’ 라는 선인장이 생각난다. 이 ‘금호’라는 아이는 내가 식물 증명사진 작업에서도 많이 이용한 아이인데, 처음 우리 집에 왔던 해에 꽃을 피우곤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꽃을 피워내지 않았다. 물론 어디가 아프거나 병든 건 아니다. 꽃대를 하나도 올리지 못하고 단단하게 몸을 다듬고 가시를 내는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전우현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가시가 달린 ‘금호’과 ‘전우현’이란 작가가 언젠가 피워낼 아름다운 꽃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꽃과 같은 결실이 작가적 성공, 예술적 성취, 금전적 이득과 같은 목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이 평안하게 작가적 삶과 현실의 삶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현!! “버티는 놈이 이긴다”는 말이 정말 싫었지만 그게 조금은 맞는 이야기 같더라고..지금은 힘들고 막막해도 뭐라도 하면서 우리의 때를 기다리자.  

2021년 11월 14일 김이박

참여작가: 전후현
기획, 디자인 - 김이박
관람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615962/items/4182242

출처: 공간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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