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홍 개인전 ‹필살기›가 2019년 10월 9일부터 11월 6일까지 취미가에서 열린다.
잭슨홍은 디자이너 출신의 현대 미술가라는 별칭에 걸맞게 완성도 높은 시각적 결과물을 선보여왔다. 개인전‹Autopilot›과 ‹ECTOPLASMA›의 깔끔한 마감의 작품들은 마치 공산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없는 아름다움만 남겨 놓은 듯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쿨’한 작업의 완성도와 상반되는 농담이나 장난에 가까운 어조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잭슨홍의 농담은 기묘한 기운의 인체 조각으로 구현되거나 절반만 완성된 자판기, 잡지 가판대 흉내 낸 동인지, 삶을 예찬하는 트로피, 어설프게 디자인된 로봇까지 다채롭다. 이런 작품의 감상 방법은 제작자의 의도보다는 감상자 개인의 독해로 귀결된다. 같은 대상을 보며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완벽하게 대비되는 지점에서 소비할 수 있는 아슬한 경계를 만든다. 그 경계 밖에서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는 미술가가 바로 잭슨홍이다.
이번 전시 ‹필살기›에는 잭슨홍이 미술을 대하는 행보가 스며있다. 각종 장르 속 ‘필살기’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만드는 요소가 무채색 조형물이 되어 공간을 점거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극적인 긴장감을 연출한다기보다는 살의 하나 없이 모호하게 부풀려진 스케일로 벽면을 가득 채운다. 잭슨홍이 선택한 필살의 기술은 상대를 제압하는 강력한 의지라기보다는 추락하는 듯이 보이는 불새의 모습처럼 ‘탈출과 자폭’에 가까운 서늘한 온도의 웃음 같다. 작품을 대하는 섬세한 손길은 “도면이 있기에 다시 제작할 수 있다”라는 작가의 입버릇과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낯익은 풍경도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현대의 삶 속에서 개인이 추구하는 정애와 냉소는 이 시대를 반영한다. 이성적인 설계에서 출발한 ‘질주하는 관’이 모노톤의 풍경에 당도하였을 때, 전에는 공존하기 어려웠던 잔잔한 애정을 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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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원시각
디자인: 신신 (신해옥, 신동혁)사진
기록: 김상태, 홍철기영상 기록: 손주영
출처: 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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