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립 델롬 개인전: 책을 위한 꽃 JEAN-PHILIPPE DELHOMME: Flowers for Books

페로탕 삼청

2021년 4월 29일 ~ 2021년 5월 28일

페로탕 서울에서 개최하는 장-필립 델롬의 아시아 첫 개인전인 “책을 위한 꽃”은 제목과 일치하는 모습의 첫인상을 지닌 정물화 소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정물화 작품 속에는 책과 잡지, 그리고 손질된 꽃이 꽂힌 화병이 놓여있다. 다양한 모델의 실물을 보며 그려진 여러 점의 인물화는 미동 없는 물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델롬은 그의 모델들을 추상적인 듯한 장식의 작업실 속에 위치하게 한다. 장-필립 델롬이 그려내는 작품의 대상인 꽃, 책, 그리고 모델은 실제 존재하는 공간보다 더욱 개념적인 배경 속에 자신을 드러낸다. 작업실은 작가 본인이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신적인 공간이지만 이는 인물화의 모델이 그를 돌아보는 순간까지만 유효하다.

다른 작품들보다 더 큰 크기의 정물화 두 점과 인물화 두 점은 하나의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하는 소품들로 구성된 끝이 없는 연작 속 재개를 기다리는 신호이며, 음악적 표현을 빌리자면 ‘반종지’ (half cadence, 반마침)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정의하자면, 책은 문화적 오브제이다. 책의 무게와 용량은 그 속에 들어 있는 내용에 비해 부수적인 요소지만 이것을 구분하는 본질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우리는 책의 생김새를 기억하며 대부분의 경우 책장에 꽂힌 책등을 통해 특정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꽃은 유기체로써 이의 상징은 외관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만족감을 위해 화병에 꽂히게 된다면 꽃은 또한 문화적 대상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축하할 때 꽃을 주고받으며, 풍성한 활력을 빌리기 위해 집에 장식하고, 동시에 이 활기찬 생명력을 끊어 내기도 한다. 

꽃은 시들고, 책은 남는다. 제목 “책을 위한 꽃”은 결국 빠질 수 밖에 없는 함정을 암시한다. 과연 꽃은 책이 보유하는 지식에 바치기 위해 존재하는가, 혹은 그 옆에 놓인 책이 바래 보일 듯이 만개한 그들의 활력을 확신하는 것인가?

작품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꽃과 책이 만들어내는 변덕스럽고도 흥미로운 장면은 꽤나 만족도가 높다.

꽃과 책은 작품의 가장 중요한 서사가 되기 위해 서로와 경쟁하여 예상치 못하게 불꽃 튀는 장면을 연출해낸다. 이 정물화는 사실 정적이지 않으며, 책과 꽃이 존재하는 이 회화적인 장면들은 크게 안락해 보이지 않는다. 꽃과 책을 감싸는 공간은 어색할 정도로 비어있으며, 그 아래엔 임시로 놓인 골판지 상자가 있고, 수북이 먼지가 쌓인 책이 자신의 화려한 표지를 뽐내고 있다.

정물화를 구상하기 위해 꽃과 책을 배치하는 것은 사생으로 인물화를 그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번 전시의 의도는 정물화와 인물화, 이 두 개의 장르를 함께 표현하는 것에 있다. 그려지기 위해 앞에 앉아 있는 모델에 대해 장-필립 델롬이 말하기를, “사진을 찍는 반대편, 카메라 렌즈에 포착돼 저지된 몸짓, 길어지는 고요함, 그리고 모델과 화가가 주고받는 시선 사이에 구체화 되지 않은 질문들. 나는 그 불확실함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델이 화가를 보는 그 눈빛 그대로.”

“책을 위한 꽃”은 그를 바라보는 모델의 눈과 마주치고 있는 화가의 시선, 모델의 미세한 표정, 그리고 실물과 초상의 섬세한 균형의 메타포로 해석할 수 있다. 그의 회화는 교훈을 주기보다는 정직하고 솔직한 표현을 기반으로 완성되어 다른 부수적인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작업실에 있는 화가와 모델이라는 전형적인 상황이지만 어떠한 상하 관계없이, 벗겨지지도, 너무 상세한 묘사로 대상화되지 않고 모델의 존재감을 강조한다. 적절한 순간을 놓칠 위기와 성공적으로 포착할 가능성 사이에서 델롬의 회화는 고전적 장르의 새로운 잠재력을 나타낸다. 델롬의 손길 아래 정물화와 인물화는 작업실 안에 갇혀있는 지금, 이 순간의 표현이자 2020년에 우리 모두가 겪은 고립의 표현이다. 문화를 예민하게 관찰하는 델롬은 색다른 내러티브를 제시하고 오랜 역사를 통해 검증된 인물화와 정물화라는 장르는 아직도 우리의 현재 삶에 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장-필립 델롬 JEAN-PHILIPPE DELHOMME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을 오가며 거주 및 작업

장-필립 델롬 (1959년 출생)은 프랑스 출신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며 저자이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회화 작업을 하였지만 2015년 뉴욕에서 그의 첫 전시를 열 때까지는 비공개로 작품을 제작해왔다. 드로잉, 집필, 회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엮어내는 델롬의 풍경화와 정물화는 그려진 것이 아닌 저술 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장-필립 델롬은 인물화를 통해서도 그의 강렬한 표현법을 구체화 시키며 그가 애용하는 모든 장르를 저자의 시점으로 전달하는 델롬 특유의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델롬의 가장 최근 개인전은 2020년 페로탕 뉴욕, 2019년 페로탕 파리 전시가 있으며 프랑스 아니에르 La Sira Gallery에서도 아티스트 레지던스를 진행한 바 있다. 2020년 1월, 장-필립 델롬은 오르세 미술관의 첫 인스타그램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로 초청받았다. 작년 한 해 동안 그는 미술관에 소장된 작가들의 “디지털 라이프”를 상상하고 그려나갔다.

최근 작가는 새로 열릴 홍콩 로즈우드 호텔의 회원 전용 클럽인 Carlyle & Co의 벽화 를 그리는 작업을 하였다. 그는 루이비통, Rizzoli, Editions Denoël을 통해 출판 하였으며 Vanity Fair France, Zeit Magazin, LA Times, GQ US와 GQ France, A.D. France, Le Monde, Apartamento, August Journal, The New Yorker, Vogue (프랑스, 영국, 일본, 스페인) 등과의 합작을 통해 작업을 진행한 이력이 있다.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하여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예약은 방문 전 seoul@perrotin.com으로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출처: 페로탕 서울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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