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연: 부드럽고 무정한 날들

갤러리도스

2023년 2월 1일 ~ 2023년 2월 6일

불안의 감각
김민영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감각은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기에 육체로 직접 살아내는 것만이 감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이렇듯 인간은 타고난 육체로 존재를 지각함으로써 관념을 쌓아나가고 쌓여진 관념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경험들은 축적되어 육체와 교감하고, 육체로 다시 들어온 경험들은 단순히 쌓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태생의 본능적인 감각들과 용해된다. 이처럼 우리는 태생의 감각들로 삶을 일궈나간다. 이러한 감각은 크게 내면과 외면의 감각으로 구분이 가능한데 내면의 감각은 마음에 담아둔 감각이며 외면의 감각은 내면의 감각을 표현하여 외부에 드러낸 행위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현상에 의해 형성된 내면의 감각은 무의식 또는 의식의 활동을 통해 표출되며 표출은 곧 표현이 되고 행동의 시발점이 되곤 한다. 이에 작가는 불가항력적인 시간의 흐름에서부터 비롯된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감각들을 일깨워 예술로 환기시키고자 한다. 

어떠한 대상의 형상은 고유한 형태나 특정 색채에 의해 기억되지만 작가의 작품을 보면 구체적인 형상보다는 작품에 대한 인상이 먼저 떠오른다. 전체적인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색채인 흑백의 이미지들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게 된 작가 본인의 경험이자 자신의 존재를 들여다보게 하는 의미를 지녔다. 흑백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동안의 호흡은 무의식에 자리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고통과 불안의 감각으로 표출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웅크리거나 누워있는 등 어딘가 고독해 보이는 자세를 연출함과 동시에 무질서한 먹 자국을 그대로 노출한다. 인물의 자세들은 실존적 자아 인식에 대해 심오하게 고뇌하는 내면세계를 대변하고 현재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욕망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먹 자국은 지나온 시간 동안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며 생겨난 흔적처럼 보이기도 하며 불규칙하게 중첩된 선들과 먹, 젯소 등 재료의 표현으로 인해 불안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숨> 시리즈는 삶의 불확실성, 존재에 대한 물음들을 고민하며 살아있음의 가장 기본적인 숨을 시각적으로 나타낸다. 이때 흰색의 재료인 젯소의 양을 섬세하게 조절하여 미묘한 그라데이션 효과를 줌으로써 짙은 안개처럼 내뿜어지고 흐릿하게 퍼져나가는 숨의 동적인 질감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실체 없는 고통> 시리즈는 원인이 불분명한 심인성 고통을 통해 정신과 신체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작가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작업은 통증이 발현되는 신체의 일부를 크게 확대하여 그려내어 작가가 경험한 고통의 크기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고통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신체 표현에는 주로 흑색 분채를 사용하는데 이는 먹물을 여러 차례 쌓아 올렸을 때와는 또 다른 색온도의 표현과 번짐의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검정색 분류의 색상이라도 보다 차갑고 짙은 어둠의 표현이 가능하다.

작품에 담아내는 숨의 에너지는 그 자체로서 감각을 통해 전달되며 전시 공간을 숨으로 가득 메워 관객을 몰입시킨다.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상상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자리한 감각을 온전히 느끼며 호흡에 담아 숨을 내쉬어 보면 이내 긴장감이나 불안함의 감각은 사라지게 된다. 마침내 주변은 고요해지고 공간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호흡은 차분해지고 모종의 편안함 마저 느껴진다. 내가 완전히 소진되지 않고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은 어쩌면 불안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안은 매일 소진되는 나의 현재를 끊임없이 갱신시키며 존재를 확인한다. 그러므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불안의 감각을 지속 마주해야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치유할 수 있는 기능으로 작용하여 불안을 극복하고 살아있음의 순간을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참여작가: 장주연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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