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령 : 가릴 것 없는 삶

공간듬

2017년 10월 10일 ~ 2017년 10월 29일

어린 시절 우리 집 마당에는 우물이 있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한 낮이 되면 우물의 벽은 따뜻해 졌다.

따뜻한 벽에 기대어 조용히 우물을 내려다보고 소리를 내 본다.

아, 아,,아아아,,으으,,으으으으으,,,,

소리가 소리로 돌아왔다.

우물은 어떤 소리도 몇 배로 돌려줬다.

짧은 내 소리에 겹겹이 두른 다른 소리를 내게 돌려줬다.

탄성마냥 내지른 소리에 긴긴 이야기로 답해줬다고 생각했다면 나의 착각일까?

어느 날 우물에 나무 덮개가 달리고 곧이어 우물은 우리 집 마당에서 사라졌다.

그 대신 그 자리에 커다란 개집이 지어졌고, 또 어느새 사라진 개 집 위로 내 방이 지어졌다. 가끔 차가운 방바닥에 얼굴을 대고 누우면 방바닥 아래 깊숙한 곳에서 검고 깊은 우물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게 꿈이란,

내가 지른 소리에 여러 겹의 울림으로 반응하던 우물 같다.

어느 날인가는 너무나 또렷하게 또 어느 날인가는 그저 알 수 없는 잔향으로 ..

어떤 소리도 거부하지 않던 우물

어떤 소리도 똑같이 내 뱉지 않던 우물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거부하지 않던 깊고 검은 물 .

때론 깊고 때론 옅은 나의 검은 꿈속의 삶도 우물의 그것과 닮았기를..

출처 : 대안공간 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장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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