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自我) 아래 기억, 자아(自我) 위 꿈 Memory Beneath The Ego, Fantasy Above The Ego

서울대학교미술관

Sept. 21, 2023 ~ Nov. 26, 2023

서울대학교미술관(관장 심상용)은 2023년 9월 21일(목)부터 11월 26일(일)까지 젊은 작가들이 그려낸 비현실 예술에 주목한 전시《자아(自我) 아래 기억, 자아(自我) 위 꿈》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3년부터 1996까지 태어난 MZ세대의 작가 19명의 약 180여 점의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다. 작가들이 드러낸 현실의 모습은 모호하고 불안하며, 꿈과 같이 비현실적이다. ‘애매모호’하고 ‘위태’로우며 ‘불안’하고 ‘불확실’하면서 ‘이상한 장면’들이 ‘아슬아슬’하게 나타나는 ‘기묘한 판타지의 세계’는 출품된 작품들을 묘사하는 평론들에서 찾은 단어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렇듯 현대사회의 혼란스럽고 두서없는 상태를 나타낸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초현실 작품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작가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러한 경향은 시대의 변화를 극명히 드러내 주는 징후일 것이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부조리극을 보는 듯 관련 없는 이미지들이 한 화면에서 조우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설명할 수 없는 행동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며,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할 수 없는 공간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들이 드러낸 환상의 세계는 현실을 외면한 가상의 세상이라기보다, 그들이 지금 경험하고 느끼는 동시대의 모습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그린 인물들은 부서질 듯 연약하고 파편적이다. 권회찬 작가는 입체파의 회화처럼 분절적인 형태로 자아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최지원 작가는 찬란하지만 동시에 불안하고 허무한 청춘의 모습을 깨지기 쉽고 속이 텅 빈 도자기 인형으로 표현한다. 김진희 작가가 그린 인물 형상들은 석고상과 같이 매끈하고 요철 없이 표현되어, 삶과 죽음 사이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MZ세대의 작가들은 그들이 보았던 애니메이션과 영화, 디지털 미디어 등에서 영향을 받고 이를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비선형적이고 비논리적인 이야기 그림들이 꼬리를 물고 끝없이 펼쳐지는 김미래 작가의 작품은 자신이 경험하거나 본 것, B급 영화 속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독창적인 필치로 드러낸다. 남진우 작가는 영웅물 속에서 선을 상징하는 인간 캐릭터와 악을 상징하는 괴물 간의 싸움에서 항상 선이 이기고 악이 패배하는 이분법적 상황의 전복을 회화 안에서 시도한다. 노한솔 작가는 만화의 한 컷처럼, 삶의 단상을 짧은 문구와 함께 그리고 있다. 허무맹랑한 판타지 소설이나 추리소설, 웹툰 등에서 영감을 얻은 박서연 작가는 추상적인 형상과 구체적인 형태가 교차하여 등장하는 이미지를 통해 시대의 부조리와 불안, 긴장을 작품에 녹여냈다. 이수진 작가는 일상 속에서 때때로 잠식하는 불안의 감정을 다루기 위해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클로즈업하여 화면에 묘사한다. 전다화 작가는 ‘저주받은 이미지’로 불리는, 구도와 초점이 맞지 않는 저화질 사진들을 회화로 재현하며, 유예림 작가는 구글에서 검색하여 얻은 이미지 중 전형적인 이미지를 선택하여, 이를 재구성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또한 작가들은 시대의 모습을 무한한 환희와 유토피아의 공간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반대로 불안하고 기괴하며 우울하고 비현실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강렬한 원색과 높은 명도의 색채로 기쁨의 세상을 표현한 나드 채 작가는 오로지 ‘좋아요’만 존재하는 세상을 은유하듯, 영원한 사랑과 즐거운 에너지가 넘치는 세상을 그린다. 김혜리 작가가 그린 유토피아적 이미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모습임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다시 보게 한다. 이상한 세계에 사는 낯선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임현정 작가는 주변의 일상적 풍경에 상상의 이미지들을 더해 동화와 같은 세계로 현실을 표현한다. 최모민 작가는 자신이 생활하는 주변의 모습을 기괴하고 으스스하게, 때로는 황당하게 화폭에 담아낸다. 류노아 작가가 그린 공간은 마치 게임 속 세상처럼 불안하고 스산한 디스토피아적 감성을 보여준다. 수상한 이야기가 무한히 펼쳐질 것 같은 전현선 작가의 작품은 맥락 없는 이야기들과 원근법이 제거된 풍경, 관련 없는 인물들이 정신없이 펼쳐지고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함으로 인해 불안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김민조 작가는 비현실적 이미지를 통해 견고한 듯 자리하다가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신기루’ 같은 삶의 의미를 다루고 있으며, 김겨울 작가는 삶의 순간에서 느낀 작가의 감정과 인상을 옅은 물감의 레이어들과 가녀린 선으로 드러낸다. 손민석 작가가 그린 뒷모습들은, 현실의 대상을 그렸음에도 꿈속인 것 같은 기묘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전시의 이해를 더하기 위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20일(금)에는 현대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미술 작품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와 안소연 미술비평가가 서울대학교미술관 오디토리엄에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젊은 작가들이 바라본 시대의 변화된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추구해야 할 가치도 없고, 의심의 여지없이 받들어야 할 진리도 없는 삶을 드러낸 작가들의 작품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균열을 내어 일상을 의심하고 다시 보게 할 것이다.


참여작가: 권회찬, 김겨울, 김미래, 김민조, 김진희, 김혜리, 나드 채, 남진우, 노한솔, 류노아, 박서연, 손민석, 유예림, 이수진, 임현정, 전다화, 전현선, 최모민, 최지원

출처: 서울대학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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