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은 x 제니스정 : 가깝고도 먼. Close and yet Far.

스페이스55

2020년 6월 18일 ~ 2020년 7월 18일

<가깝고도 먼.>
Close and yet Far.

이채은과 제니스정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먼 지금, 나와 가깝거나 먼 타인의 이야기가 가깝고도 먼 동시에 멀고도 가깝게 느껴지는 상황을 공통의 화두로 다룬다. 전염병이 키운 공포는 결국 차별과 혐오로 번지고 견고했던  환상은 맥없이 무너졌다. 세계 곳곳에서는 곪아있던 여러 사회적 이슈들까지 터져나오면서 혼란을 가중시킨 반면, 펜대믹이라는 공공의 문제로 전에 없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기도 했다. 다가올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전혀 새로운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우리는 직감한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타국에 홀로 지낼 때 더욱 깊어지는 불안의 감정을 공유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전시 기획 당시에 한국과 네덜란드, 두 나라에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낸 이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혼돈의 시기에 온라인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서로를 위로했다. 암울한 미래에 국면한 지금, 이 전시가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공감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채은은 인물과 사물, 공간과 시간의 비순차적 동시성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혼재된 이미지의 이면적 의미를 추적해 왔다. 과거와 현재의 낯익은 풍경과 비현실적이고 거짓말 같은 실시간 뉴스의 접점을 찾아 변화하는 동시대 사회상을 담고자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삶과 죽음을 둘러싼 현세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써 기능하는 전시를 선보이고자 한다. 작가가 실제로 한달간 자가 격리를 한 경험을 통해 ‘단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 경험을 시공간적/물리적/심리적 거리로 재해석한 실험적 설치 작업도 선보인다. 거리와 시간의 사이에서 익숙했던 관계들의 붕괴를 체험하고 이들의 인위적 재정립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본인과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들의 과거 모습과 사건들을 분절된 캔버스에 재구성하고 시간적 단절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한다. 이와 함께 미디어로 접한 먼 타인의 고독한 죽음을 교차해  보여주며 심리적 단절이 야기한 공감의 부재를 폭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환기하고자 한다.

제니스정은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 여성들이 직면한 다양한 이슈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잡지를 활용한 콜라주 작업이나 흔히 가정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원단 및 한복 실크 등에 페인팅, 드로잉 및  바느질을 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커튼 시리즈는 2019년 약 7개월 간 머물게 된 일본 카나가와현 코가네초라의 한 오래된 다다미방에 체류하며 시작되었다. 옛 홍등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 곳의 방에서 동네 주민에게 받은 낡은 커튼의 재해석을 시작으로, 낡은 다다미방에서 살면서 부터 시작된 망상과 환영은 실제로 온몸에 염증과 가려움을 야기했다. 신체적 반응은 결국 정신까지 압박해 당시 작가의 모든 일상을 뒤흔든 사건으로 기억된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시작하게 된 다다미 시리즈는 주거 공간의 의미를 상기하게 하고 기능이 퇴색한 주거 공간의 의미를 재고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 모두의 일상들이 무너지고 어느 때보다도 외부와의 단절이 절실한 지금,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 먼, 유대를 상실한 가족이 공존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진실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회의 기능이 마비된 현 상황에 주거 공간을 둘러싼 가정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해보고자 한다.

참여작가: 이채은, 제니스정
기획: 안종현

출처: 스페이스55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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