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운 작가는 미술의 일부로 보이지 않았기에 기억되지 않았지만 다시 주의를 기울여 바라보면 몹시 낯익은 미술계의 일상적 풍경들을 약간의 원근을 두고 그려낸다. 무엇을 그려야할지를(대체 무엇이 예술인지를) 아주 오랜 시간 망설여야만 했던 그의 눈에 펼쳐진 그 약간의 거리는 예술이라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바라보는 우리의 뒷모습 정도까지의 거리다. 그동안 예술이 일상의 기록에 집중해 왔던 것은 그것들이 산업화, 이데올로기, 세대갈등 등의 여러 거대 사회적 정치적 담론들이 태생적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을 담고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그러한 위엄있는 담론들이 실제 현실의 층위에서 어떠한 태도를 ‘형틀’로 삼아 그들의 형상을 구축하였는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 한 장의 사진은 기사의 수많은 글자 보다 의미심장하다. 그러니 여기 그의 그림들을 통해서 상상해보자. 예술이라는 거대한 현대의 신화를 만들어가는 미술계라는 공장의 풍경을. 신화를 만드는 평범한 이야기들을.
디자인: BOWYER @bowyer
출처: 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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