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완전한 자유를 얻는 방법

갤러리도스

2022년 1월 26일 ~ 2022년 2월 8일

기도의 명상곡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혜린

누구나 한 번쯤은 타이스의 명상곡(Thais Meditation)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타이스의 명상곡이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작곡가는 타이스가 아닌 쥘 마스네이며 명상을 위한 곡도 아닌 오페라 타이스에서 2막의 1장과 2장 사이에 연주되는 간주곡이다. 그러나 이 곡의 선율과 담고 있는 내용이 유독 아름다운 덕분인지 타이스라는 오페라보다도 널리 알려짐으로써 일종의 명상곡이나 소품곡처럼 독자적인 성격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오페라 타이스는 종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로마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이집트를 배경으로 수도승 아타나엘과 방탕하고 쾌락을 좇는 삶을 사는 비너스 신봉자 타이스 간의 사랑 이야기 속에 기독교적인 함의를 녹여냈다. 타이스를 사랑하는 아타나엘은 그녀가 세속적인 생활을 지속하기보다 종교에 귀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설득하고, 이에 갈등하다가 감명을 받은 타이스는 종교적 진리에 의지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안식을 얻게 된다. 그리고 타이스의 명상곡은 타이스가 아타나엘의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동하여 반성하는 중요한 순간에 흐르면서 그녀의 심리를 대변하고 청자를 종교적 명상으로 이끈다. 

서정적이고 조화로운 선율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묘사해야 하는 이 곡은 느리고 경건한 연주를 통해 섬세하고도 연약해서 갈등할 수밖에 없으나 고뇌와 괴로움 끝에 결심하고 단단해지는 인간의 다층적인 심리를 읊조린다. 결과적으로 이는 절대자의 진리처럼 강인한 불변의 가치를 깨닫고 새롭게 거듭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기에 충분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이상화의 작품을 감상한 후 우리가 마음속에 간질하게 될 여운과 닮아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상화는 창작하는 삶에 있어서 운명처럼 찾아온 전환점이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라는 성경의 구절이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구원이라는 것은 이미 행해진 것이었다. 확정된 구원에 의해 확신을 얻은 작가는 비로소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라고 믿는 생각 그리고 죄악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어떠한 행위에도 규제받지 않을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는다. 그 완전한 자유를 실감한 순간은 이상화의 작품세계를 촘촘하게 형성하며 작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자리한다.  

작가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지하고 인정함으로써 보다 큰 진리에 닿아야 함을 말한다. 작가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한 개체로서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또한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도 그렇다고 여기는 것 혹은 여겨지는 것일 뿐 진정으로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여기는 것과 사실인 것 그리고 진실인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렇다고 여기는 것과 여겨지는 것들에는 언제나 현혹과 모순이 파고들 수 있다. 때문에 인간 중심적으로 인간의 내부에 치중하고 몰입하기보다는 겸손한 자세와 마음으로 초월적인 차원과 가치에 자기 자신을 맡겨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는 명상을 위한 사고법과도 연결지어 볼 수 있다. 내가 하는 생각과 내가 느끼는 감정이 곧 나이고 전부라 믿지 않는 것 즉 나의 생각과 감정은 내가 아니라고 계속적으로 주지시키고 인식하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도 쉽게 동요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단단한 내벽이 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일순간을 흔들어 놓기만 할 뿐인 것들에 휩쓸리거나 깨지지 않도록 해 줄 평정이 필요하며, 이는 불온전한 인간이 이전부터 그렇다고 여겨온 것들과는 유리된 완전한 자유 곧 마음의 안식을 뜻한다. 

이상화의 작품은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라는 성경 말씀에 근거한다. 이에 저마다 뚜렷함 존재감을 선보이는 각각의 작품들이 단독적인 하나의 음계인 동시에 작가의 세계관을 통해 화음을 이루듯 이어지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로 다른 이의 삶을 표방하는 퍼즐조각을 완성하는 법, 인간이라는 존재가 문제해결을 위해 시도하는 것들이 진정한 열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 충족된 것보다 결핍된 것에 강박을 느끼는 이유, 기준이라고 여기는 것들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 등과 같은 작품의 메시지들이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아야 하는 것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하는 당신이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여 그것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너무 똑똑하기 때문이라는 사실 말이다. 

보아야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과도 같고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실을 말해 주기도 하는 법이다. 인간을 속박하고 고립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생각일 뿐이며 그 생각은 자신이 아니며 자기 자신의 것 또한 아니다. 그러므로 실패하고 상처받고 좌절하기도 쉬운 인간이 자신의 나약함과 불온함을 인정함으로써 또 다른 세계를 수용하는 것 즉 초월적 믿음의 세계에 자기 자신을 맡기는 흐름이 곧 자기 자신에 대한 해방이자 완전한 자유를 통한 마음의 안식을 얻는 방법이다. 타이스가 스스로에 대해 반성함으로써 겸허한 마음으로 더 크고 넓은 가치를 받아들였듯 우리는 기도의 명상곡을 연주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보아야 하고 믿어야 하는 진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평화를 기도하는 작가를 통해 당신이 완전한 자유를 얻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여작가: 이상화

출처: 갤러리도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전시

Together-세상과 함께 산다는 것

2024년 3월 26일 ~ 2024년 6월 9일

권혜성 개인전: 우산 없는 사람들

2024년 3월 22일 ~ 2024년 4월 19일

ZHANG YINGNAN: MELTING

2024년 3월 9일 ~ 2024년 4월 12일

In Dialog: 곽인식

2024년 2월 14일 ~ 2024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