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훈 : FLOATING REPRESENTATION 부유하는 표상

갤러리도스

2018년 4월 4일 ~ 2018년 4월 10일

실재(實在)란 무엇일까. 인간의 감각체계를 통해 인식되는 모든 사물과 상황들은 직관적 대상으로서 현실 속에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인식론적 관점에서 그것들은 모두 ‘나’의 존재와 독립된 객관적 실체가 아닌, ‘나’와의 관계를 투영하는 주관적인 사유대상이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인식주체들은 ‘나’라는 존재의 개입을 배재한 상태로 외적 대상을 인식할 수 없다는 말이다. ‘객관성’이란, 그래서 소통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관념적 허상에 불과하다. 결국 각자의 경험이 서로 한없이 동일하게 느껴질 수 있을 뿐, 모든 주체들이 공통으로 인식하는 객관적 실체는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단지 각자의 인식세계에 맺혀진 상(像; image)을 통해 제한적인(엄밀하게 말하면 가상의) 소통을 할 수 있을 뿐이며, ‘현실’이란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 무한히 생성되는 소실점과 같이 세계-내(世界-內) 인식주체의 개체수 만큼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상호관계성에 원천적으로 내재된 이해의 불일치, 소통의 한계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대상, 혹은 현상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정취를 느끼는 것은 단순히 각자의 사고방식과 성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근저에서 원천적으로 교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세계는 그래서 같을 수 없고 또한 다를 수도 없다. 인식할 수 없는 대상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유하는 표상Floating Representation> 은 자아와 타자 간의 그러한 이율배반적 인식세계에 대한 사유의 결과물이다. 2차원에서 공간과 입체를 재현하기 위해 고안된 투시법을 3차원에 재적용하는 역설적인 방법론은 작가가 설정하여 유도하는 시점(視點)과 관찰자의 그것을 대비시키고 교란시키며, ‘본다’는 원초적 인식행위의 상대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이는 대상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과 그로 인한 착시를 통해 인간의 인식체계의 불완전성을 암시하는 한편으로, 작가의 논거에 따른 ‘현실세계’의 관념을 구현하기 위함과 다름이 없다. 주체들 각자의 망막에 비추어지는 이미지들이 상대적이듯이, 실체와 허상은 언제나 같은 선상에 있으며 ‘현실’이란 그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정처 없이 부유하는 상대적인 표상일 뿐이다. 우리가 오감을 통해서 인식하는 세계는 실체와 허상의 어디쯤에 존재할까. 각자의 현실 속에서 자의식의 좌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출처 :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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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이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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