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인식은 신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로, 그리고 그 인간이라는 한 존재 가 품고 있는 정신으로 점차 옮아 왔다. 중세 문학인 『신곡』은 <신> 중심이 었고, 근대 문학의 효시 『돈키호테』는 보통의 한 인간 존재에 초점을 맞췄다. 그다음 우리의 시선은 인간의 <속>으로 향한다. 그것은 정신일 수 있고, 생각일 수 있고, 마음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작품들을 모더니즘 문학이라 이름 붙인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총 23종의 북아트를 통해 100년 전의 한 인간을 만난다. 이름은 블룸, 사는 곳은 아일랜드의 더블린시, 나이는 38세, 한 딸의 아버지이자 바람난 부인의 남편, 신문사 광고부 사원. 소설 『율리시스』는 1904년 6월 16일 블룸의,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의 하루를 온전히 따라간다. 특성 없는 한 중년 남자의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하루는, 아이러니 하게도 그리스 영웅의 이름을 딴 <율리시스>라는 제목과 함께 문학사상 가장 예술적인 하루로 박제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현대판 영웅 블룸을 만나길 기대한다. 또한 그 인간을 표현하는 제임스 조이스의 방식도 살펴본다. 작품 제목이 왜 <블룸>이 아닌 <율리시스>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불러올 것이고, 그날이 왜 <예술적인 하루>인지를 감지하기 위해 우리 마음속에 이 미 존재하는 영감의 순간인 <에피퍼니>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도대체 블룸의 <속>을 어떻게 보여 줬기에 <모더니즘 문학의 정점>이 되었는지 알기 위해 <의식의 흐름>이라는 아주 특별한 소설 기법도 살핀다.
마지막으로, 모더니즘 문학이라는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위대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세계관을 본다.
거기까지
가면, 이 전시의 부제가 왜 <완전한 인간의 탄생>인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해 각자의 마음속으로 정의를 내리고, 그것의 다양한 표현 방법을 생각해 보고, 그것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인간의 틈에 살아가며 수없이 고민하고 갈등과 기쁨과 환희를 얻는다. 이리도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을 누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 까? 그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불가능함을 조이스는 『율리시스』로 표 현한 게 아닐까? 우리는 매일 아침 거울을 쳐다보듯 우리의 모습을 늘 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인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할 것이다. 이 전시가, 그 과정에서 많은 영감이 되었으면 한다.
참여 작가
로버트
마더웰, 앙리 마티스, 존 버논 로드, 케네스 프랜시스 듀이, 밈모 팔라디노, 에두아르도 아로요, 로빈 자크, 수잔 스틸먼, 앨런 마돈, 앨런 코버, 브라이언 키오, 사울 필드, 에르빈 프랑, 타샤 루이스, 폴 호가스, J.J. 클라크, 케이시 소로우, 제랄드 로즈, 리차드 에르도에스, 밥 카토, 루시아 조이스, 볼프 에를브루흐, 발레리오 아다미, 로버트 벨라, 수잔 웨일
주최/주관: 소전문화재단 북아트갤러리
협조: 소전문화재단, 소전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