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민 개인전 : 門 The Doors

트렁크갤러리

2016년 6월 2일 ~ 2016년 6월 28일




표의문자인 한자는 회화성에 그 근원을 둔다. 작가 윤형민은 이러한 한자의 의미와 시각성을 이용하는 작품 시리즈들을 진행해왔다. <門>은 그 세번째 것이다. 각 제목과 동일한 한자의 조형물 설치로 선보였던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 <天上天下>(2014) 와 <明>(2015)과는 달리 신작 <門>(2016)은 다양한 장소를 선택해 오브제를 이동시키며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설치하고, 완성된 작품의 이미지에는 물 위에 투영된 바른 꼴의 글자가 나타나면서 의미가 소통되기 시작한다. 윤형민은 門이라는 한자의 기원인 갑골문자의 역사를 통해, 글자 자체가 지닌 의미의 본질과 역사적으로 풍부하게 재현해 온 시각적, 문학적 표현력들을 연상하며, 오늘날 우리 시대에 門이라는 문자를 통해 어떤 의미로 다시 소통 시켜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 윤형민은 <門>이란 먼 과거가 현재를 만나게 하고, 그로부터 다시 미래를 호출해내는 기호성을 갖기에 흥미를 가지고 이 작업에 의도와 의미작용을 이끌어 내려했다고 말한다.


작가 윤형민이 이 시리즈를 통해 호출하고자 하는 갑골문자의 초기에 대한 연구, 즉 고대의 門이란 문자는 어떤 의미였을까? 한자학의 권위자인 시라카와 시즈카(白川靜)를 언급하며, 그녀는 이 글자가 현대의 것보다 의미심장했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시즈카는 門이 인간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門만이 아닌 “신이 사는 곳에 세우는 사당 문”이었다고 하면서 “신이 찾아온다”는 것과 연관 짓는다. 즉 고대의 門은 은유로써의 문으로, 이곳과 저곳의 경계이자 ‘사이공간’이었다고 말한다. 그 예로 門이라는 문자가 두 개의 문짝 사이에 다른 글자들을 품어 수 많은 새로운 단어들로 만들어낸 사실들을 살펴보면서, 그 의미들이 갖는 차이들을 살펴볼 때 더욱 흥미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이렇게 언어의 기원에서 출발한 작가는 작품 <門>을 통해, 두 문짝의 반영 안에 다시 멀리 공항이 보이는 배수로나 바다로 이어지는 개울, 또 생명체들의 터전이자 관광지인 갯벌 등 자연과 산업이 교차하는 여러 풍경들을 삽입해 이 시대적 문맥의 의미들로 확장시키는 작가의 작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작가는 실제와 반영의 시각적인 대립으로 유지되는 긴장상태를 통해, 다시 한번 의미의 조화를 창출해 내고, 매순간 끊임없이 현재를 극복하게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자연현상의 매개체인 물이 모든 삶이 시작된 원생액이며, 태고인 동시에 현재라고 사유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고 모든 장소를 연결시키는 이 작업으로 그녀가 앞으로 더 발전 할 것임을 확신하게 한다. <門>의 영상에서, 바람이나 빗방울, 새, 사람의 몸이 닿았던 물의 표면은 때로는 미묘하게, 때로는 거칠게 흔들리며 글자의 반영도 함께 그 형태를 잃고 변하다가 어느 적당한 순간에 다시 고대의 문자로 되돌아가게 되고, 여기서 “그 누군가가 이 사회의 가치체계를 불신한다면 그 대안책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비평가 루시 리파드(Lucy R. Lippard)의 말을 되새기게 된다. 작가는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한 소재를 통해 보고 싶었던 것일까 싶다.


트렁크갤러리 대표 박영숙


門 The Doors 피그먼트 프린트. 122 x 152cm 2016


門 The Doors 피그먼트 프린트. 122 x 152cm 2016



門 The Doors 피그먼트 프린트. 122 x 152cm 2016


출처 - 트렁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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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윤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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