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첫 번째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 2021」Ver.1展, 서현규(1981년생)작가의 설치작업 주제는 ‘봉산 십층철탑’입니다. 이 전시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보 제2호인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모티브로 다루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석탑으로는 형태가 특이하고 장식성이 뛰어나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현재 탑골공원에 유리각 안에 보존되어있는 모습에 착안한 작품으로 작가는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와 시각적 감성을 공유하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낸 ‘봉산 십층철탑’을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재해석의 도구로 작가는 가로 150mm, 세로 40mm, 높이 62mm의 파스너(fastener)란 건축재료에 주목하였습니다. 이를 이용해 모듈 큐브(module cube)로 만들고 다시 큐브를 조립하여 작품의 형을 구성하고, 그 위에 스테인레스 스틸 미러(Stainless Steel mirror)를 이용한 판재를 부착하고 기와모양의 철판을 제작하여 파스너로 표현하기 힘든 세부적인 밀도감을 높임으로 현대적인 조형미를 선보이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석탑이 주는 자연적 질감에서 오는 따뜻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금속물질로 이루어진, 5m 높이의 철탑은 유리상자 속에 날카롭고 낯선 도시적인 이미지로 우뚝 섬으로 원각사지 십층석탑과는 그 어떤 인간적인 느낌, 종교적인 의미, 세월의 흔적 등, 탑의 본질적인 부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지 현대 기계미학 조형적인 요소만 나타날 뿐이며 작은 볼트, 너트에서 오는 부품의 조립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서현규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영상과 설치 그리고 조각을 오가며 다양한 현대적 장르를 실험해 오고 있다는 부분을 간과해 선 안될 것입니다. 작가는 단순히 이미지만 현대적으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 보존과 소통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보존을 위해 존재만의 가치로 전락한 탑을 굳어버린 차가운 기계적 이미지로 재해석한 은유적 표현일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내부구조가 보이는 ‘봉산 십층철탑’을 통해 내부와 외부를 소통하고자 하는 소망을 유리상자 안에 가두어 둠으로 현재 도심 속 섬같이 혼자 호흡하고 있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가지는 소망, 존재의 가치를 작가는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조동오
작가 노트
원각사지
십층석탑(국보2호)은 현재 문화재 보호를 위한 유리상자 보호각이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유리상자 전시공간 안에 ‘봉산 십층철탑’으로 재현한 작품으로 실재와 재해석된 복제 작품 사이의 관계성을 표현한다. 작품은 건축재료인 fastener(파스너)를 주로 사용하고, 부분적으로 스텐 밀러 판재를 부착하여 반사되는 이미지가 작품 표면에 나타남으로써 철과 스텐이란 재료의 물성효과를 극대화한다. ‘봉산 십층철탑’은 파스너의 구조적인 결합을 통하여 작품을 구성하여 기계미학의 조형성을 나타낸다.
참여작가: 서현규
출처: 봉산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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