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무리

강남문화재단 역삼1문화센터

2020년 10월 13일 ~ 2020년 10월 27일

사람답게 사는 삶은 무엇일까요?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처럼 사람답게 사는 삶이란 타자에 눈뜨며 거듭 깨어나는 삶이라면, 그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우리를 만들며 나를 넓히는 도정일지 모릅니다. 분리되고 단절된 객체였던 타자에 눈뜨고, 관심을 갖고 바라보아 그 관심이 사랑으로 옮아가면 타자는 우리가 됩니다.

전시 <우리라는 무리>에 담긴 모든 작품에는 둘 이상의 존재가 등장합니다. 복수의 존재들을 가만 바라보며 이들을 우리라 부를 수 있을지, 이들은 어떤 모습의 우리인지, 나와 그들도 우리가 될 수 있을지를 차근차근 가늠하며 함께여서 탄생할 수 있던 공존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는 게 전시의 관람 요령일 것 같습니다. 

전시는 크게 네 섹션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가족들”에서는 백지순, 정정엽, 윤정미, 김경섭, 김해민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가족이라는 아주 오래된 무리의 빛깔, 경계, 저력과 미끄러짐을 봅니다.

두 번째 “경계 너머”는 김옥선, 유스케 히시다 작가의 작품으로 인종과 민족, 국경이라는 큰 범주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우리를 포착하는 시선을 만납니다.

세 번째 “기억하는 사람들”에서는 박은태, 김문, 조덕현 작가의 작품을 보며 같은 시대와 사건을 겪은 개인들의 기저에 흐르는 집합 기억의 구성 및 재구성의 과정을 살펴봅니다.

네 번째 “우연이라 하기엔”에서는 노세환, 이효연, 장성은, 박진아, 차혜림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한날한시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우연의 얼굴을 한 인연과 공존을 목격하며 우리의 생성 가능성을 가늠해 봅니다. 

작품들에서 여러 가지 수많은 우리의 존재를 만나면 우리가 탄생하는 조건이란 필연적이거나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가변적이거나 임의적이고 유동적일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특히 언어에서 우리가 강조됩니다. 그만큼 한국인은 나만큼이나 상대와 다른 이를 고려하는 걸까요? 또 2020년 초 만들어진 강남구 스타일브랜드가 ‘미미위 강남(ME ME WE GANGNAM)’이기도 하니 역삼1문화센터 전시장에서 우리의 의미는 조금 더 특별합니다. 하지만 우리라는 말이 주는 따뜻하고 든든한 기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우리라는 범주는 차갑고 단단한 경계가 되어 바깥을 향해 질문과 공격, 폭력과 배척으로 작동하는 일도 흔합니다. 이 전시가 이런 위험을 감지하고 경계하는 계기가 되기를, 우리가 둘레를 넘어 장벽이 될 때 그 무게를 알아채고 살피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시민큐레이터 SeMA 컬렉션 기획전이란?
시민큐레이터 SeMA 컬렉션 기획전은 지난 5년간 서울시립미술관이 배출한 시민큐레이터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소장품 교육프로그램 운영 후 선발된 시민큐레이터가 강남문화재단으로부터 공간과 예산을 지원받아 서울시립미술관과 강남문화재단의 협력전시로 개최되었습니다. 출품작은 모두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기획: 이야호
참여작가: 김경섭, 김문, 김옥선, 김해민, 노세환, 박은태, 박진아, 백지순, 유스케 히시다, 윤정미, 이효연, 장성은, 정정엽, 조덕현, 차혜림
주최/후원: 서울시립미술관, 강남문화재단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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