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록 분위기를 사랑해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2022년 5월 3일 ~ 2022년 6월 5일

최근 우리는 ‘반려식물’, ‘식물집사’, ‘식물러’, ‘플랜테리어(Planterior)’, ‘홈가드닝(Home Gardening)’과 같은 단어들을 익숙하게 소비하며 식물을 애호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 어느 때 보다 식물 문화가 유행하고 있는 요즘, 우리는 자연을 더욱 갈망하고 가까이 두고 싶어하며 초록 분위기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그 대상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상과의 관계를 지속해나가기 위하여 대상의 세계를 세심하게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식물을 사랑하는 만큼 그들과 함께하는 세계를 잘 이해하고 만들어가고 있을까? 이번 전시는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반려동물을 키울 때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을 다니며 예방접종, 식이요법 등을 적절하게 제공하고 고유의 행동패턴을 파악하는 것처럼, 반려식물 또한 그러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그리 많지 않다. ‘플랜테리어’라는 단어는 식물이 생물이라는 사실을 다소 간과하여 사용되기도 하고, 때론 ‘식물집사’들이 식물은 많이 죽여봐야 잘 키울 수 있다는 섬뜩한 이야기를 쉽게 내뱉기도 한다. 홈가드닝으로 반려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내 집의 햇볕, 통풍, 온도와 같은 환경을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식물, 흙, 화분 등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식물을 돌보는 행위는 나 자신을,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돌보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인 것이다. 우리는 식물을 돌보고, 식물은 우리를 돌보며, 식물이 자라나는 만큼 우리는 그들과 함께 성장한다.

이번 전시는 식물에서 영감을 얻고 식물을 매개로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김이박, 신혜우, 이지연, 포브먼트(Povement/ 이효정, 이평등, 이혜지, 조민혁)의 작업을 선보인다.

김이박은 식물과 인간의 상호관계성을 연구하고, 식물을 중심으로 바라본 세계의 서사를 드로잉,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원예를 공부하고 다량의 식물을 키우는 식물 전문가이자, 위탁 받은 병든 식물을 보살피고 되살리는 식물요양소의 소장이다. 작가는 위탁 받은 식물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위탁자의 사연을 듣고 생활방식이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상담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반려식물의 삶에서 인간은 매우 절대적인 존재이며 서로의 관계성을 돌아보고 정서적 유대감을 회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건 인간에게도 소중한 치유의 경험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물의 정원>(2022)은 화분에 심어진 다양한 사물들이 관람자의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매개체로 작동하여 생명력을 갖게 되는 작업이다. 

김이박은 식물과 인간의 상호관계성을 연구하고, 식물을 중심으로 바라본 세계의 서사를 드로잉,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원예를 공부하고 다량의 식물을 키우는 식물 전문가이자, 위탁 받은 병든 식물을 보살피고 되살리는 식물요양소의 소장이다. 작가는 위탁 받은 식물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위탁자의 사연을 듣고 생활방식이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상담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반려식물의 삶에서 인간은 매우 절대적인 존재이며 서로의 관계성을 돌아보고 정서적 유대감을 회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건 인간에게도 소중한 치유의 경험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물의 정원>(2022)은 화분에 심어진 다양한 사물들이 관람자의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매개체로 작동하여 생명력을 갖게 되는 작업이다. 

신혜우는 식물을 연구하는 식물학자이자 식물을 대상으로 작업하는 세밀화, 설치 작가이다. 작가는 식물을 그릴 때 정물이 아닌 초상을 그린다. 식물의 초상은 그들의 진화(역사), 생태(삶), 형태(모습)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약 1,500만의 종들 중 그저 한 종인 인간은 다른 생물들을 정의하고 설명하며 세상을 인간중심주의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식물을 연구한다는 것은 식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언어로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다. 식물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고,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이해로 깊어진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식물과 인간의 공생관계에 주목하며 마포구 지역의 식물, 식물을 대하는 인간의 오해, 식물의 기생 등을 주제로 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서로가 존재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생명체들의 관계를 통해 우리의 세상을 생태주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지연은 작업실 주변을 왕래하며 마주친 식물들을 작업의 주요 대상으로 다룬다. 눈으로 만지고 더듬는 행위를 통해 풍경의 감각을 기억하고 이를 캔버스 위에 붓질의 결로 되살린다. 작가는 자신이 마주친 나무와 꽃과 식물들의 외형을 똑같이 재현하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눈으로 담은 기억에만 의존하여 산책로 시리즈를 구성하고 상상 속에서 엮어낸 꽃 한 다발을 부케 시리즈로 그려내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 켜켜이 쌓인 물감의 물성과 구상과 추상이 적절하게 뒤섞인 형체가 실재하지 않지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듯한 작업으로 완성된다. 우리는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짙은 초록색을 뽐내며 무성하게 자란 거대한 캔버스 속 식물들을 바라볼 때 공간을 가득 채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속 한 켠에 등장하는 표정들은 이러한 생명력을 일깨우며 실재하는 풍경 너머의 세상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포브먼트(Povement)는 식물(Plant)과 이동/운동(Movement)의 합성어로, 식물 산책 퍼포먼스를 통해 식물의 권리를 주창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포브먼트는 식물과 인간의 반려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플랜테리어나 반려식물 문화의 유행으로 야기된 무분별한 식물 소비를 설치, 퍼포먼스 등의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고정된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인간과 같은 집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반려식물이 인간과 동등한 생명체로서 원하는 만큼 햇빛, 공기, 바람을 향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식물 산책을 착안하였다. 식물의 크기에 따라 제작한 <식물용 산책 화분>은 물리적 접촉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가드, 식물이 선호하는 햇빛의 강도를 제공하기 위한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다. 관객들은 전시장에 구성된 산책길을 따라 준비된 식물 화분을 직접 안고 식물 산책에 참여할 수 있다.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운 비대면 시대에 식물과의 관계맺기는 서로의 생명력을 지켜내고 교감하는 행위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정원을 꿈꾸지만 정원을 위한 공간을 소유하는 삶이 녹록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나만의 작은 공간을 나누어 식물과 함께 공유하는 삶이 지금의 식물 애호 문화의 바탕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반려식물을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공생 관계를 이해하고 작은 공간 안에서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한다. 책상 위, 창틀 옆에 놓인 작은 화분들, 무심코 지나친 회사 출입구의 소규모 화단에서 생명력을 뽐내며 아름답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물들을 발견하고, 각자의 마음 속 정원들을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전시 제목 <우리는 초록 분위기를 사랑해>는 오은의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문학동네, 2013)에서 연유하였다. 동시대의 식물 애호 문화를 ‘초록 분위기’로 표현하였다.

참여작가: 김이박, 신혜우, 이지연, 포브먼트

출처: KT&G 상상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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