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미완성

이목화랑

2020년 10월 13일 ~ 2020년 11월 12일

이번 전시는 의도적으로 여백의 미를 살린 장르 또는 단순 드로잉들로 구성한 전시가 아니다. 오히려 색, 붓질, 서사, 표면 등을 함께 중시하며 이미 자신들의 스타일을 구축한 회화 작가들을 의도적으로 구성하였고 한편, 과정의 어느 지점에 멈춰 경험을 형상화하고 전시 후 주로 작품을 해체하고 기록으로만 남기는 한명의 설치작가로 구성하였다. 완성되기 이전의 미묘한 미완성품들이 전시되도록 의도하였고 스스로도 미완성이라 느끼는 작품에 서명하여 미완이 주는 의미와 미학적 발견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동안 작가 스스로 의미로 삼은 대상이, 완성되기 이전의 상태 즉 덜 완성된 대상에서 작가들의 단서, 작품의 꼬투리를 찾을 수 있을지 또 완성작품의 아우라 없이 뭔가 더 의미있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험이 되었으면 한다. 서명된 덜 만들어진 작품에서 생산자와 그것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그것이 자연스럽게 완성도의 문제, 완성과 미완성의 경계에 문제를 제기 할 수 있다고 본다.

어차피 세계를 희미하게 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예술가든 그 외 직업의 사람이든 각자 받아들이는 완성(질서), 미완성(무질서)의 기준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굳어진 대상이 아닌 덜 완성된 작품, 그 빈틈의 침묵과 소음, 행간 등을 발견 할 수 있다면 덜 그려진 것의 의미와 과정의 문제도 작가와 대화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의도되지 않은 또는 확정할 수 없는 삶의 징후와 기호들에 우리의 상상력이 개입되는 것까지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항상 우리는 관객을 중심으로 뭔가 더 채우고 쌓아 올려야 완성된 무엇으로서 보고 인간중심으로 부여한 어떤 의미가 사라진 사물이나 세계는 버리고 잊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적, 문화적 감성 속에 살고 있는 거 같다. 그런 반복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의 피곤과 신경과민도 돌아보는 전시가 되면 좋겠다.

그냥 둬버린,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머뭇거리는 것도 인간세계의 일부일 것이다. 창작의 가장 훌륭한 조수인 우연성, 테크닉 없는 완성도도 미완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다. 조금 더 큰 의미를 상상해본다면 우주와 세계의 무질서 (파괴, 혼돈이라는 느낌과 관념)에서 인간이 생각하는 질서, 완성으로 바꿔가는 순환을 상상할 수도 있고 완성과 미완성 또 그 사이의 수많은 과정들이 – 존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 실재와의 통합을 꿈꾸고 투쟁하는 어느 어중간한 지점임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

/임태훈(이목화랑)

참여작가: 고지영, 김지원, 노충현, 정주영, 고사리

출처: 이목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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