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위켄드룸은 전시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에서 한국의 신진 작가 6인을 소개합니다. 여섯 작가는 각자 다른 회로를 통해 동시대를 관찰하고 이해합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미지를 해석하고 수용하는 관습적 방법에 관한 호기심과 의구심을 동시에 가집니다. 각자가 경험한 미디어 환경, 푸티지 소스, 일상의 기억, 도시 풍경은 디졸브, 레이어링, 미러링, 복제, 압축 등의 적극적인 편집 과정 속에서 서로 다른 질감과 모양을 획득하게 됩니다.
너무 사소해서 지나쳤을 장면이나 사건이라는 이름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은 손지형에게 중요한 작업의 양분입니다. 체리 토마토, 클로버 같은 일상적인 사물은 작가의 손에서 납작한 기하학적 도형으로 치환됩니다. 그는 자신만의 조형적 미감에 따라 평면을 세심하게 분할하고 겹쳐 마치 종이접기를 하고 펼친 색종이의 표면처럼 그림을 완성해갑니다.
이종환은 환영적 회화의 믿음을 해체하는 대신 매체의 실존적이고 물리적인 잠재력으로부터 회화의 생명력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그의 작업은 주로 판넬위에 그림을 그린 뒤 그 표면을 파내어 얕은 두께를 만들고, 그려진 형상 위에 하얀 석고를 부어 모체에 있던 이미지를 한곳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시키며, 이들을 평면이라 여겨졌던 막 뒤에 숨겨진 틈 사이로 겹쳐 넣는 과정 속에서 완성됩니다. 그에게 회화는 현실과 비현실, 환영과 실제 사이를 오가는 추의 전자 운동을 통해 생명력을 이어가는 주체적인 눈입니다. 이지수는 동시대 개인들이 이미지를 피동적으로 수용하고 이에 잠식당하는 세태에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예술의 생산자와 수용자 모두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는 주체가 되기를 요청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일상에서 장난감이나 조립식 모형이 가지는 작동 원리를 회화에 적용합니다. 그가 구축한 풍경 아래에서 별과 새, 구름과 꽃 등의 모티프들은 디지털 정보의 파도 속에서 끊임없이 순환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근원적인 상징물과 같은 것이 됩니다.
이진영은 가소성이 강한 것과 영원한 것,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등 이분법적인 개념들이 병립할 수 있는지 질문합니다. 그가 작업의 소재로 선택한 이모티콘은 문자 언어를 대신하는 대안적 언어로서 빠르게 교환되고, 표기되고, 변형되고, 폐기됩니다. 매끈한 디지털 공간에서 떠다니던 하트 패턴은 작가의 손에서 육중한 무게, 거친 표면과 깨진 모서리, 흐릿한 외곽선을 가진 사물로 변모합니다. 강한 물성에 새겨진 얕은 하트 도상은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진 것으로서 현실에 안착합니다.
장예빈은 미디어에서 흘러가는 이미지들을 멈추게 하고 그 찰나의 순간을 관찰하는 일에 흥미를 느낍니다. 그중에서도 스포츠, 영화, 동영상 등에 등장하는 신체가 극적으로 움직이는 때에 응집되는 에너지를 발견하고 이를 회화로 옮깁니다. 통제의 영역을 벗어난 짧은 시간의 간극에서 감지되는 근육의 쓰임이나 일그러진 표정은 화면 안에서 위트 있는 서사와 긴장감을 동시에 생산합니다.
조무현은 도시를 탐험하는 주체적인 신체로서 스스로를 회화라는 시각적 매체 안에 위치시킵니다. 자신이 실제로 경험했던 장소, 또 개념이나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수많은 비-장소의 요소들은 작가의 세계 안에서 일종의 엔트로피를 형성하며 비현실적인 궤적을 만드는 연료가 됩니다. 디지털 문화의 범주에서 빈번하게 활용되는 그래픽 효과, 스트릿 아트나 그래피티와 같은 하위문화가 공유하는 도상 등은 그가 다루는 평면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해체하고 제3의 공간을 구축하는 데 활용됩니다.
참여작가: 손지형, 이종환, 이지수, 이진영, 장예빈, 조무현
기획: 디스위켄드룸
출처: 디스위켄드룸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