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오는 2022년 6월 23일부터 7월 30일까지 오종 개인전 《서로 선 면(Double Sided)》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오종은 지속적으로 집중해 온 작업 <line sculpture>와 <folding drawing>의 연장선에서 서로가 선이자 면, 면이자 선이 되는 재료로 기하학의 공간 드로잉(Room drawing)을 선보인다.
가느다란 나무막대가 연결되어 이루는 구조체에 맞닿은 종이 면이 있다. 종이비행기를 만들 때를 떠올려 보면, 한 장의 종이가 여러 선으로 나뉘어 접히고, 그렇게 분할된 면은 종이비행기의 각 부분을 이룬다. 선명히 보이는 막대나 겹친 종이로 지워진 선과 면의 드로잉을 따라 공간은 여러 번 접히고 펼쳐져 있다.
‘일정한 단면적을 가진 직선의 물체’라는 사전적 정의를 지닌 ‘막대’는 면을 품은 선이 되고, 넓은 단면적에서 비켜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얇은 선이 되는 종이는 선으로 보이는 면이다. 이렇게 바라보는 시점과 방향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면이 되기도 하는 재료들은 가시(可視), 그리고 비가시적 형상의 구조를 이룬다. 오종이 그려 넣은 선과 면으로 분할되고 접혀 있는 공간을 바라보는 행위에서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시야로부터 차단된 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며 비가시의 공간이 드러나는 가변적인 확장성이 열린다.
온전하고 완벽한 공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맞물린 면의 이격, 갈라진 틈, 솟아오르거나 꺼진 흠이 전혀 없는 완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바닥에서부터 지어 올라가듯 세워지고 가로지르는 선은 맞닿은 면과 함께 서로를 휘거나 떨어지지 않게 지지한다. 공중에 매달린 실의 끝에서 중력의 힘으로 제 무게만큼 실을 팽팽하게 당겨주는 추의 역할과 같으면서도 다르게 종이와 막대는 서로가 중력이나 습기처럼 보이지 않고 작동하는 존재의 힘을 거슬러 단단한 형태를 이룰 수 있도록 지탱한다. 섬세하게 관찰하고 경험한 공간으로부터 시작되는 오종의 공간 드로잉은 전체가 보이지 않는 형상으로 존재한다.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힘의 도움을 받거나 거스름으로써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선명히 보이나 완전히 드러나지 않기에 무결할 수 있는 공간을 지어나가는 것이다.
최소한의 형태와 치밀한 계산이 엿보이는 정형의 기하학적 형상에서 감각할 수 있는 냉랭하고 날카로운 긴장감이 온도를 품은 재료인 나무와 종이로 덜어져 균형이 맞춰진다. 착시와 물성, 입체와 평면, 즉흥과 계산 등 팽팽한 긴장을 이루는 양극단 사이에서 줄을 타듯이 작업한다 말하는 오종은 차가움에 따뜻함을 더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 나가는 과정으로 대립하는 것들 사이를 조율한다. 마치 서로 등을 마주 대고 서 있는 것처럼 한 면과 다른 한 면이 대척하거나 상이한 요소들 사이를 점차 좁혀나간다.
에드윈 A. 애보트(Edwin A. Abbott)의 소설 『플랫랜드(Flat Land)』의 화자 사각형은 2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주변의 면을 볼 수 없다. 플랫랜드(2차원의 세계) 거주자의 시야에는 오로지 납작해진 도형의 측면인 점 혹은 길거나 짧은 선만이 들어올 뿐이다. 선으로만 보이는 면들이 살고 있는 지면으로부터 떠올라 2차원의 존재들은 볼 수 없었던 플랫랜드의 불가시한 면을 바라보는 상상으로 《서로 선 면》 사이를 오가며 선은 면이, 면은 선이 되는 교차의 영역을 탐험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작가: 오종 Jong Oh
출처: 씨알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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